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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온 중학교는 지방이야. 동네사람들끼리 소식 쉽게 아는 좁은 사회.
누가 어디대학교 가고 어디취직했는지. 결혼은 했는지. 건너건너 물어보면 어렵잖게 알수있는동네.
전에 우연찮게 본가쪽 갔다가, 중딩때 날 때렸던 애를 한번 마주친적있어. 그 친구가 아직 그 동네에 살고 있다는 건, 마트 캐셔인 그의 어머니의 존재로 짐작하고 있었지만 막상 동네에서 만나니까 감회가 새롭더라.
나를 멀뚱히 쳐다보길래, 먼저 "혹시 ㅇㅇ중 나온...?" 하고 물었어. 몇마디 주고 받다 내가 누군지 알고나서 얼굴에 퍼지는 당황. 곧이어 드러나는 부끄러움. 휴우.
굳이 뭐 차키나 명함같은거 내밀어서 십몇년간 심화된 본인과 나의 차이를 확인시켜주지 않아도. 온몸에 줄줄 흐르는 그 친구의 초라한 내음과, 그걸 여실히 자각하는듯 띄우는 방어적 눈빛
이상하게도, 통쾌함보다는 쓰디쓴 서글픔이 차올랐어.
깨달았지. 이 친구는 불쌍한 친구구나. 지금의 이런 삶을 평생 살아가야 할 한 인간에게 그나마 허용될 수 있는 짦디 짧은 유년시절의 발버둥에, 내가 지나가다 운없게 맞은 거였구나.
동정심이 느껴졌어. 복수할 힘이 없는 피해자가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서 하는 정신승리식 용서하기가 아닌, 진짜 동정심이 느껴졌어. 눈물이 나올 정도로.
그러고는, 더이상 과거의 그림자를 미워하지 않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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