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로 이루어진 세상을 아나요?

있다와 없다를 구분하는 흑백논리의 세상이자

명확한 존재와 명확한 비존재의 세상이지요.

그곳에서는 중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0과 1이 결코 아닌 값은 존재해서는 안되는 곳입니다.

우리 숫자를 세기로 해요,

하나 둘 셋 넷..

수없이 많은 시간이 지나고, 그보다도 더 먼 시간이 흐르면

언젠간 끝에 도달하는, 숫자가 있겠지요

내가 셀수 있는 숫자를 초과하기 직전의, 그런 숫자 말입니다.

0과 1의 세계에서의 언젠가 우리는 끝에 마주하고는 하지요.

그 세계의 극한의 끝이후에는, 시작이 있습니다.

극한으로 치솟은 위로는, 언제나 극한의 아래가 존재합니다.

끝의 끝은 끝이 아니며, 끝의 끝은 끝이 아니래요.

이것이, 오버플로라고 부르는 오류라고 한다네요.

아무래도 나는요, 0과 1로된 세상에서 사나봅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점점 기분이 좋아지다가도 자정이 되는 순간에 오버플로되어버리곤 해요.

너무도 우울해서, 어떤 방법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아서

자꾸만 오류를 범하곤 합니다.

실수로 떠오른 기억들이 나를 침범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하다보면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는 경고메시지가 시끄럽게 맴돌고는 해요.

... 최근 들어서는 내가 점차 고장나고 있나봐요

점점 나의 오버플로의 역치가 낮아지는것 같아요.

분명 별일 아닌 일에도 오버플로가 나버리고서는 금세 울고싶어지고는 하거든요.

0과 1로 이루어진 세상을 아시나요?

나는 그토록 잔혹한 흑백논리의 세상에서 사는 오류투성이의 프로그램이랍니다.

수십개의 경고메시지를 달고 굴러가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스파게티 코드로 짜여진

존재하고 있는 비실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