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더라.
그냥 가끔 살아가다 잘 지내나, 하고 확인했었다.
몇년째 변함없는 네 강아지 사진만이 날 반겨줬었고,
염치없지만 혹시 무슨 일 있나 걱정하곤 했다.
가끔, 자신을 좋아했느냐는 네 질문에 사실을 말하지 못한 걸 후회하곤 했다.
네 프로필상에 떠 있는 동경소녀란 음악은, 여러 의미로 내게 다가왔었다.
그때의 난 널 좋아했었을까, 아니면 동경이었을까.
많이, 아주 많이 오래된 기억들이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걸 보면,
행복했던 기억으로 떠오르는 걸 보면,
그냥 순수하게, 나는 그때의 네가 퍽 좋았었나 보다.
너의 이사 후, 무력한 거리의 벽에 부딪혀
점차 줄어드는 너와의 연락이 가져오는 두려움도
점점 줄어들다 줄어들다 어느새 사라졌는데.
사라졌다 생각한 것은 사실 묻어놨던 것이었나 보다.
가끔 폴더폰 속의 메시지들을 꺼내어 보면서, 나는 무표정이 습관화 되었다.
일그러지는 표정을 감추고 싶었었나 보다.
혼자 쭈그려 앉아 앨범 속 네 사진을 붙잡고 울먹이던 누군가는
즐겁게 떠들다가도 문득 눈시울이 붉어짐을
눈을 비벼서 그렇다고 대답하는 법을 깨달았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사진속의 넌 눈만 보였음에도 너란 걸 바로 알아보았다.
예쁜 눈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랐더라.
예쁜 얼굴을 가리는 안경을 벗으니 더 예쁘더라.
한 아이의 해맑음과 밝음을 좋아하던 아이는,
동경에 비치는 내 모습을 애써 무시한 채로
동경을 기울여 너의 밝음을 대신 비추며, 동경하던 니 모습을 따라 걸어가고 있다.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마주침은 있겠지.
부디, 살아가다 널 만났을 때, 너의 밝음은 여전히 눈부시길.
그냥 네 기억을 망각에 바다에 흘려보내기 싫어, 대나무숲의 대나무 하나에 끄적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