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 썩어버린 너를 찾을 수 없어
하수도를 한참을 헤멨다.
풍경이 이 모양이라니 쓴웃음을 지며
흐르다 썩은 내의 물결치는 소리
적막을 깨는 발걸음 울림소리를
여기다 싶을 때까지 걸었다

얼마나 눈을 감고 걸었을 즘
구정물에 팔을 담그면 덜그럭 소리
백골이나마 건져낼 수 있었다
찌든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찌르니
너는 아직도 그곳에서 떠나지 못했구나

향불을 붙여 보내주었다
한 땐 누구보다도 불타오르고 싶었고
열기구처럼 붕 뜬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건만
남은 건 아무것도 없구나
죽은 사람처럼 하루를 살고
사는 이유조차 알지 못하게 되었으니
나는 너와 다르지 않을 터이다

썩은 물이 언젠가 우렁차게 범람할 것이다.
다시 여정없는 길에 잠겨 사라지겠지만
부디 가는 길을 외로워 하지 말라
부질없는 세상에 텅 빈 채로 사는 사람이 있나니
메마른 고집 민들레 처럼 훌훌 털어내는 날
언젠간 그 곳에서라도 너를 이루러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