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한 감정을 남들이 말하는 대로 가만히 두니 딱딱한 전분이 되어버렸다.
이 마음속 침전물은 때리면 딱딱해지고 접시를 기울이면 흘러갈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손으로 퍼올리면 어느새 액체가 되어 다시 접시에 흘러내린다.
끈적한 감정을 희석하기 위해 나는 눈물을 흘려야 하고 그 눈물을 멈추는 순간 감정은 다시 내려앉는다.

왜 내 감정은 밀가루처럼 후 불어 날려버릴 수 없는 걸까.
한 겨울 나리는 눈처럼 내 안에 쌓인 감정도 저절로 녹아버리면 좋으련만.
얼마나 더 나를 세게 흔들어야 내 안에 붙은 감정을 떼어낼 수 있을까.
이렇게 살다간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질식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