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는 밤
한 올 한 올 양의 털 끝을 스치듯 별을 세고자 해도
꽉 막힌 천장이 세카말 따름
아스팔트 시멘트 새까만 창틀 나는
어둠에 잠겨 잃어버린 것들이 두렵습니다

형체를 잃어 암순응도 소용없으면 나는
손으로 짚은 것이 한발 내딛은 곳이
든든한 벽이기를 안전한 바닥이기를
기도하다보면 나는 어둠에 갇히어 안
과 밖 조차 구분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나는 밖을 걷는 걸까요
아마도 밤산책일겁니다 나는 발을 내딛습니다

새카만 무지개 밑을 거꾸로 걷습니다
이곳에는 제법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환절기마다 끓는 물로 목수건 찜질을 해주시던 어머니
어김없이 술에 취해 흉악한 밤을 선물하시던 아버지
이제 다 지나온 길일겁니다
유치원 앨범이 펼쳐지면 아직도 그리운 친구
사랑하던 고향 그 날의 향기
기억도 나지 않는 먼 옛날 이야기
텅 빈 마음이 애석해 속에 부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한줄기 여명이 발가락을 간질입니다
태양이 눈을 뜰 때쯤 나는 드디어 눈을 감습니다
해가 뜨나 지나 사람을 만날 일은 없습니다
다시 텅 빈 세상을 걷습니다 어둡습니다 두렵습니다
산책은 끝이 날 일이 없습니다
새벽이면 두 시간마다 우는 미친 닭이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