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두 남녀가 차를 사러 갔습니다.

이차, 저차를 살피며 꼼꼼히 따져봅니다.

"나는 안정성이 최고야, 차는 안전한게 먼저지."

"나는 디자인이 좀 더 괜찮으면 좋겠는데."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차를 한 대 구입합니다.


두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차에 올랐습니다.

이제 막 드라이브를 나갔는데 앞에 차가 갑자기 급정거를 하네요.

남자가 말합니다.

"저렇게 운전하는 정신나간 사람이 어딨어? 저런 사람은 두들겨 패서 반쯤 죽여놔야 돼."

여자는 이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꼭 저렇게 화를 내며 욕을 해야 할까? 그냥 나처럼 한번 웃고 지나가면 안되는 걸까?'

두 사람이 서로 자리를 바꿨습니다.

횡단보도 근처에서 우회전 하는데 앞에 사람이 지나가네요.

가까스로 지나갔지만 사람을 거의 칠뻔했습니다.

남자는 생각했습니다.

'왜 저렇게 조심성이 없을까? 나라면 저러지 꼼꼼히 살펴보고 갈텐데.‘


한참을 한참을 가다가 하늘이 소나기를 퍼붓습니다.

분명, 분명 아까까지는 맑았는데...

와이퍼가 쉴새 없이 움직이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점점 불안합니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옆에서 말 없이 팔을 쓸어내려 주는 당신

당신이 있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만 있던 차에 미니미들이 타게되었습니다.

갑자기 차 안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챙겨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카시트부터 분유, 기저귀, 장난감 등등...

차는 점점 더 좁아져 갑니다.

아이가 울 때마다 서로에게 말합니다.

"내가 운전할 테니까 당신이 좀 챙겨."

"아니, 일단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잖아. 그러니까 당신이 좀 챙기라고."


미니미들은 쑥쑥 크고 크더니 머리가 차 천정에 닿으려고 합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울지도, 떠들지도 않습니다.

요새는 차타는게 많이 재미없나 봅니다. 아무말 없이 계속 창 밖만 보네요.

어느날 앞에 앉은 두 사람에게 말합니다.

"저, 이제 제 차 사게 됐어요. 그만 내릴게요."



이제 다시 차에는 두 사람 밖에 없습니다.

차는 조용합니다.

더이상 싸우는 소리도, 울음 소리도, 웃음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야할 지 불안해하거나 묻지 않습니다. 묵묵히 운전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어느날, 동승자가 갑자기 차에서 내립니다. 저 멀리 걸어갑니다.

운전에 신경 쓰다가 어디가느냐 물어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저 멀리 사라졌습니다.

한참 지나서야 다시는 옆자리에 함께 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혼자 있는 차안에서 그날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제 차도 늙고 사람도 늙었습니다.

차는 더이상 굴러갈 수 없게 됐습니다.

폐차장 주인에게 차를 건네주었습니다.

폐차장 주인이 묻습니다.

"당신은 이 차를 타고 가장 멀리 가본 곳이 어디인가요?"

대답했습니다.

"운전하는데만 신경 쓴 나머지, 어디 멀리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확실한 건…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이곳저곳 많이 가봤어요."
"그 거리들을 다 합치면... 지구 10바퀴도 더 되지 않을까요? 하하"

그가 타고 갈 차는 더이상 없습니다.
차는 그의 가슴 속에 계속 달리고 있지만
이제 그는 걸어야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