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나의 사랑하는 사람아. 왜 자격을 논하십니까?
자격이란 어느 위치, 어느 지위에 오르기 위한 능력임을 의미 합니다.
사랑에 자격이 필요하다 생각하십니까. 어째서 입니까?
나 역시 비루한 사람이었습니다.
외적인 것을 비롯하여, 내적인 것들도 하찮디 하찮았습니다.
뱉는 말도 겨우 겨우 빛깔을 내 심으며 뱉을 뿐 이었지,
나의 가장 깊은 속에서 나오는 숨의 색은 검디 검은 검댕이보다 시꺼멓고 샛노랬습니다.
그랬던 내가 사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칠흑 같던 하늘이라 생각했던 내가 사랑받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단지 단 하나,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아아, 나의 사랑하는 사람아. 왜 가장 밝디 밝은 것을 놓치고 있습니까?
불이 붙여 타올라 하늘을 수놓는 폭죽보다 화려한 별이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
당신의 우울은 전염병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치료할 병은 남들이 떼어가는 외로움이 아닌
내 안에 존재하는 백혈구일 뿐입니다.
영겁의 시간이 걸릴지 모릅니다.
계절이 수 차례 뒤바뀌고 소년의 눈망울은 어느새 녹아내려
허탈함만을 담든 어른의 눈동자가 되어버릴지 모릅니다.
아아, 하지만 그건 너무나 확연합니다.
어느 시간때든 씨앗이 꽃이 피우기 위해서
뚫어야 하는 것은 계절의 시련이 아닌 자기 자신을 가두고 있는 허물입니다.
사랑받는 것은 너무나도 쉽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내 사람아, 답은 너무나도 확실하기에 당신을 믿어올립니다.
당신이 뚫고 나온 흙 위에 쌓아올린 잎사귀는 어느 누구보다 멀겋고 파란것을,
그 위에 얹어올린 꽃잎은 무지개에서도 찾을 수 없는 빛깔임을
그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아아, 당신은 아직 꽃 피우지 못할 뿐 입니다.
냉소한 웃음을 시니컬하게 웃으며 하찮게 나의 대답을 넘겨도 상관 없습니다.
울부 짖으며 그런 희망찬 말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한들 상관 없습니다.
소녀의 떨리는 손끝에 담긴 사랑이 아닌
노인들의 주름진 입가에 한올 한올 맺힌 눈물방울 마저 사랑인걸
부디, 부디, 깨달아주십시오.
당신이 그 허물을 벗고 나오기 전에,
그 허물에 자신을 포개며 사랑한다 비로소 울먹거리며 외칠 때
아아, 아아. 그렇습니다.
누구보다 그때 깨달을테지요
내가 불렀던 노래는 서막에 불과하다고.
슬프디 슬프게 울려퍼진 구슬픈 서곡이 마무리 되었다고,
그제서야 나에게 말할 것입니다.
당연한 혼자는 죽음 외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내 사람아.
언제든 좋습니다. 서둘러 허물과 씨앗을 깨트릴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사계에 당신이 맞닥뜨리든 전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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