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내가 정말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것입니까?

가진것 하나없고, 그 무엇도 특별하지 않는 나를 혹여나 사랑할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것입니까?

사랑에는 조건이 있지요.

외모라던가, 재력이라던가, 몸매라던가, 그런것 따위로 결정되는 외적인 사랑의 조건

성품이라던가, 취미의 공유라던가, 감정적인 동요라던가, 그런것 따위로 결정되는 내적인 사랑의 조건

우선 나의 외적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지요. 평범하지도 못한 얼굴을 가지고, 몸을 가꾸려는 노력도 않고서, 가진것 하나 없는 나를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보기와도 같이, 심보는 음흉한것이 나는 항상 부덕을 가슴에 품고 도덕적인척 연기를 하고 살아갑니다. 누구라도 나의 속내를 들여다 보는 이가 있다면 분명 기겁하며 나를 피하려 할테지요.

설사 양자역학적인 확률로 나를 사랑하는 이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정녕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것입니까?

자신을 사랑하지도 못하는 내가, 자격이 있는 것입니까?

...사랑받을 자격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인걸 압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받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받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습니까?

나는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내 세상은 온통 잿빛이자, 하늘은 별볼일 없는 칠흑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이가 마주할 나는 온통 회색의 인간이자 별볼일 없는 존재이며 그대에게는 너무도 큰 불행일 것입니다.

나의 우울은 전염병입니다.

나는 숙주이며, 내게 다가오는 당신도 옮을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내게 다가오지 마세요, 나는 당연한 혼자이자 홀로 서 우는 데 익숙합니다.

내가 사랑할지도 모르는 당신을 위하여 하는 조언입니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영원히 마주쳐서는 안됩니다.

맞부딛혀 시간을 낭비하기엔 나는 무가치한 인간입니다.


아, 사랑받을 자격없는 사람도 사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무가치한 인간은 사랑받을 용기조차 없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