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홀로 서있기 참 고통스러운 계절입니다.

서서히 물드는 단풍에 전염되듯, 가슴에 고독이 물들어 갑니다.

고요히 격앙되어간 감정에, 터질듯 튀어나오는 슬픔을 눌러담지만

가끔은 눈물젖은 베개에서 깨어나기도 합니다.

나라는 인간이란 참으로 나약한 생물입니다.

자칫 바람이 불면 흩어질 것들을 꼭 부여잡고서 언제나 불안에 떨며 웅크려 삽니다.

내가 될 수 없는 것이자 손에서 놓지 못하는 그것을 나는 미련이라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바람이 매섭습니다.

쥐려고 할 수록 모래알과도 같이 빠져나가는 미련을 바라보며 참으로 비통했었지요.

또 다시 찾아올 바람이 무서워 일어서지 못하던 삶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겨울을 맞이하려 합니다.

손에 쥔 것들을 저 바람에 날리고서

아스라히 스러지는 것을 따라가려 합니다.

언젠간 겨울이 오고 무결의 순백이 내리면

살에는 한기를 경건히 마주하며 살아있음을 느끼려합니다.

분명 동상에 걸려 파랗게 질리더라도

언젠간 찾아올 영원한 봄을 위해 끝내 살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