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하던 자리가 있었습니다
거적데기를 입고 방황하던 적
머리를 조아리면 손을 뻗어주던 자들

휘영청 빛나는 황금왕좌 위
두 다릴 펴고서 여유부리며
하늘을 대적하는 자들이 부러웠습니다

한 차례 소란이 끝나고 새 세상이 열려
떠나는 여행길에 발자국을 남기고
힘겹게 흘린 땀방울을 닦다가
한 계단을 오를 즘

마침내 붓질로 마침표를 그렸습니다.

한 폭의 그림 속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앉았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풍경이었건만 문득
나는 무언가 허무해지고 마는 것 입니다

지워진 발자국을 쓰다듬다
벼루에 먹을 갈아봅니다

끝이 없기에 시작이 아름답다면
이미 도망가기엔 늦은 일인겁니다
아직도 이렇게 많은 시작이 남았습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자리서 일어나
다시 시작의 설렘을 안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