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게 약이요.
앎이란 저주와도 같은 것입니다.

무언가를 경험하고 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시는 그것을 알기 이전으로 돌아갈수 없다는것을 의미하거니와,
요컨데 무슨수를 쓰더라도 그 이전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을 모르는 어제의 나는 영원히 오늘을 이해할 수 없고
내일을 모르는 오늘 역시 그럴것입니다.

비가오는 밤이오면, 그날이 떠오르는 것도 그렇겠죠.
그런 연유로, 망각이란 우리에게 축복과도 같은 것입니다.
수치스러운 것, 기억하지 않고 싶은것을 영원히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릴 수만 있다면 그것이 축복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왜일까요.
나는 끝내 당신을 알기 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 같네요.
분명 이미 오래전인데, 당신이 희미하게도 남아있지 않은데
나는 아직 왜 당신의 생일이던 현관문 번호를 틀리게 치고
나는 아직 왜 핏속에 알코올이 돌면 당신의 번호를 무심코 누르고
나에겐 왜 당신이 남아있는 것인가요?

...당신을 모르던 날이 차라리 그립습니다.
이렇게 오래동안 남아있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알지 못하는것이 나았을 터입니다.
안다는 것은 일종의 저주입니다.
언제나 해피엔딩이 아닌 현실에서는, 적어도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