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감이란 외로움이 항상 함께하는 것이다

비가 퍼붓는 날
비닐우산 하나 들고 돌아가는 퇴근길도 걸어가라
이른 새벽
잠도 다 못 깬 채로 버스 기둥에 몸을 맡겨도 봐라
아무도 너를 바라보지 않는다 해도
그 시선이 다가오는 날이 있는 것이다

시장 거리에 앉은 늙은 노파도
제 외로움을 빨간 대야에 담아 팔아간다
철제 손수레를 끄는 노인도
제 외로움을 한 줌 한 줌 집어 든다
공원 우레탄 바닥에 주저앉은 꼬마도 외로움에 눈물짓고
양복 입은 채 한밤에 정자 기둥에 머리 박은 중년도 외로움에 눈물을 흘린다
네 외로움은 서울 저녁 성복동의 건물들 사이를 지나
메우고 메꿔서 남은 한 방울의 외로움에 스며든 것일 뿐이다
비둘기도 제 혼자 몸 하얌에 외로워하고 구렁이도 제 굴을 찾지 못해 서성인다
그 한가득한 외로움을 실은 버스는 모든 정거장을 지난 마지막 종착역에서
그 외로움에 하나씩 환승 신호를 띄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