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나는 못하는 것이 없었다.

무얼 하더라도 남들보다는 조금은 더 잘했으며

남들보다는 그래도 아주 미세하게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무엇 하나도 제대로 한적이 없었다.

모두가 나를 천재라고 불렀었으며 나는 내가 그런줄 알았다.

나는 천재의 삶을 만끽하며 오만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그래도 남들보다는 조금은 더 잘했다.

오만은 커져 타인에 대한 안쓰러움이 생겼다.

노력하는 자들을 연민하며 추하게도 그것을 보며 나는 자존감을 채워갔었다.

그러던 청년이된 나를 더 이상 누구도 천재라고 부르지 않았다.

이상했다. 나는 분명 천재일테고 분명 무엇이든 당신들 보다는 나을텐데.

그럴텐데, 그랬을텐데, 그래야 할텐데.

성인이 된 순간 나는 이 위화감을 절실히 깨닫고 말았다.

어느새 천재에서 열등생으로 추락해버린 것을 뒤늦게 깨닫고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한 적 없는 나는 주변을 둘러보니 솟은 산 뿐이었다.

연민을 느끼게한 범재들은 끝없이 흙을 퍼날라 보이지도 않을만큼의 산을 이루고

나는 남들보다, 아주조금 높은 평지에 누워 삶을 멸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력해본적 없는 애매한 천재가 서 있을 땅은 바닥뿐이다.

이제 보이지도 않는 꼭대기를 바라보며 오만을 한탄할 뿐이다.

연민의 대상에게 연민의 대상이 되었도다.

한 줌 흙을 뭉쳐내며 산이라 칭하니 가여울 짝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