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추방당한 공포를 아시오?
땀투성이로 일어나, 미친듯 뛰는 가슴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안도해 본적 있소?

나의 악몽에는 언제나 당신이 있소.
잊을만 하면 떠오르던 당신은 내겐 악몽과도 같소.
그러한 부류의 꿈들은 언제나 불행한 일이 구현된다마는, 나의 악몽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행복하오.

당신과 함께 거닐던 곳이 차례로 나오고,
언제나처럼 그곳에 당신이 있소. 그곳에 나도 서있소. 우리는 나란히 서있소.

불현듯 위화감이 스치면 나는 당신을 보오.
언제나처럼, 당신은 나를 보며 웃다 이내 울상이오.
우리의 마지막이었던 그 얼굴로, 그 마지막으로 들은 목소리를 내오.

나는 또 한번 추락하오, 잠들다 깨다 오르다 떨어지오.
그러다 울분에 심장이 터질때 나는 불꺼진 어둠 한가운데로 낙상을 입소.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당신은 내겐 악몽이요.
잊혀지지 않는 당신의 생일, 전화번호, 좋아하던 것, 그러한 것들은 자꾸만 당신을 떠올리게 하고 이 악몽을 되풀이하오.

잠들면 오는 당신이 악몽이오?
그것이 아니면 당신이 없는 이 현실이 악몽이오?


... 어느덧 날이 서늘해진다만 나는 아마 오늘도 악몽을 꿀 것 같소.
비련한 운명이 대개 그렇듯 이 악몽은 나의 숙명이오.
어찌보면 당신이 나오는 이 꿈은 내가 그토록 바라던 꿈인가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