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쯤 잠에 들 듯 말 듯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 지금 뭐하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은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알바가 있어서 늦어도 다섯 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그리고 빨라도 새벽 두 시는 돼야 잘 수 있을 건데, 누워서 폰이나 붙잡고 있다. 그거에 대한 자책이었던 걸 수도 있겠지만 평소보다 기분이 더 나빴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너무 잘 놀다 와서 그런가? 곧 있으면 개강이라 다음 방학까지가 막막해서 그런가? 아니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랑 얘기를 좀 해 본 결과 나만 아무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서 겁이 나서 그런가? 전부 다인가? 아무튼 나 지금 뭐하는 거지?라며 내 무의식한테 혼나는 기분으로 잠에 들었다.

결국 세 시간 정도 겨우 자고 알바를 왔는데... 손님들은 대체 왜 이런 구석 편의점까지 오는지 모르겠다,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 안그래도 거슬러 줄 잔돈 부족한데 왜이렇게들 오만원권을 내는지... 하는 식으로（굉장히 순화해서 쓰자면 저렇다） 확실히 잠이 모자라면 알바 중에도 괜히 기분이 나쁘다. 손님들이 뭐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았는데 속으로는 욕이 나온다. 다정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해놓고 찌질하구만. 이렇게 글로 써놓고 또 앞뒤 다른 모습이 툭툭 튀어나오겠지? 내면까지 다정하고 튼튼한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거였구나.

무의식이니 내면이니 생각하다 보니까 내 타고난 성격이 원래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나 지금 뭐하는거야?하고 머리 한 대 탁 치는 무의식이 있다는건 아직 반성의 여지가 있다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새벽에 들었던 그 생각이 나 자신으로부터의 마지막 경고같기도 하다. 당분간 계속 맴돌 것 같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러게 일찍 잤어야지 뭐 하는 거야? 전부 스스로 결정해 놓고 지금 뭐 하는 거야? 눈치보지 말고 자신감 갖자고 다짐해놓고 뭐 하는 거야? 주변에 나를 편들어 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뭐 하는 거야?

쓰다 보니 고민게시판에 써야 맞는 글인가 싶긴 한데 그래도 생각을 옮긴 수필이라면 수필이니까... 글을 하도 안 읽고 안 써서 그런지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생각이 글로 정리가 안 된다. 그냥 생각한 대로 쓰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줄은 몰랐습니다. 부끄러워지면 지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