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낭만적인 이야기를 퍽이나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하늘에 떠있는 빛나는 것들을 포함한, 그 정반대의 것들도 모두 사랑합니다.

그 중에서도 나는 블랙홀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고는 합니다.

우주에서 제일로 빠른 빛조차도 거스를수 없는 중력을 가진 천체의 이야기를 들을때면 나는 언제나 눈을 반짝이게 되고는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아시지요.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시간은, 사실 동등하지 않은 것이다.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에서는 시간이 멈춘것 처럼 보인대요.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그 너머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요?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당신이 빨려들어가는 나를 바라보면 나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 서서히 희미해지다가 완전히 사라진대요.

그러니까 내가 블랙홀로 들어가더라도, 나는 사건의 지평선에서 사진을 찰칵하고 찍고, 그 형태 그대로 희미해 진다고 하더라구요.

... 우주란 어찌나 잔인하고 비정한가요. 일말의 논리도 통하지 않는, 비상식적이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것들로 가득 차있어요.

난 말이죠, 당신을 사건의 지평선으로 밀어넣은지 오늘로 한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에요.

이제는 점점 희미해져서, 당신이 있던 자리가 형태만 어럼풋이 남은 채로 일렁이네요.

이미 선을 넘어버린 우리는 서로를 영원히 만날 수 없겠지요.

마지막 빛이 빨려 들고 나면, 아마 내 눈앞의 당신은 영원히 사라지겠지요. 나에게 있어 당신의 시간은 영원히 멈춘것처럼 보이겠지요.

당신은 내가 어떻게 보일까요. 당신도 나를 보긴 했을까요. 그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나요.

나는 낭만적인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모든것을 삼키는 블랙홀이 있는것 처럼 모든 것을 뱉어내는 화이트홀같은 이야기요.

당신의 시간은 영원히 멈춰있습니다. 서서히 사라지는 당신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