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당사주 라는 걸 봤을 때
내 사주에는 자녀가 2명 있다고 했다.
내가 24살부터 26살까지 만난 사람과 결혼을 했다면
아마 그때 아이가 생겼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난 결혼을 하지 않았고 이후에 소개팅이나 선을 봐도
잘 성사되지 않았기에 혼자인 채로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소개팅도 선도 엄청나게 싫어하던 내가 어느 순간 뭔가에 홀린듯이
소개팅이나 선이라도 봐 볼까 싶었던 때가 있었기에
그 이야길 풀어 볼까 한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낮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아주 맑은 바닷속
바닥에 깔려 있는 무당 옷을 입고 수영을 했었다.
꿈이 너무 생생해서 신점을 봤더니 내가 무당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때부터 고난의 시간이 시작 되었고 음식도 먹기 힘들어졌었다.
마음은 온통 무속 신앙과 관련된 것들로 가득해져서
환각에 시달려 잠도 잘 못자게 되고 몸이 아파져서 수술도 하게 됐다.
힘든 시간 어찌어찌 버텨 내면서 무속과 관련된 것은
완전히 털어낼 수 있었지만 한번 쇠약해진 몸을 회복시키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음식을 제대로 못 먹게 되면서 단식과 절식을 반복하며 지내다보니
어느 순간 생리가 끊긴지 1년을 넘게 됐다.
그 당시 참고하던 책의 저자도 식이 조절을 했을 때 생리가 오랜시간
끊겼다가 몸 건강이 회복되면서 다시 시작됐다는 것을 알았기에
언젠가 나도 다시 생리가 시작 될 거라는 것은 알았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었다.
결혼도, 아이를 갖는 것도 회의적이었던 내가 다른 사람이 된듯
갑자기 결혼이 하고 싶고 아이를 낳고 싶어졌다.
왜 이런 생각에 사로 잡힌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여자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존재인데 그걸 나는 못하게 됐구나' 라는
생각에 갇혀서 의기소침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진 것이다.
내가 여자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했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안 낳는 것과 못 낳는 것은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에
나는 갑자기 내 존재감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휩쓸려서
아이를 낳고 싶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운 좋게 누굴 만난다고 해도
생리를 안 하는데 어떻게 아이를 가질 수 있겠나.
그렇게 난 불안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생리가 끊긴지 1년 6개월쯤 됐을 때 어느날 갑자기
다시 생리가 시작 됐는데, 생리가 시작된 걸 알아차리자마자
그 순간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져버리게 됐다.
이제 나는 아이를 낳을 수도 있고, 안 낳을 수도 있는
선택권이 생겼기 때문이다.
손바닥을 뒤집듯 갑자기 마음이 바뀐게 너무 황당해서
변기에 앉은 상태로 헛웃음이 나왔다.
아니.. 목구멍을 메이게 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그 감정이
이렇게 빨리 사라진다고?? 그때 그 감정은 진짜였는데??
진짜로 슬펐다구!!
마치 역할극에 몰입해서 바닥에 앉아서 슬퍼하며 울던 여배우가
컷! 소리와 함께 무표정으로 손바닥을 탁탁 털고 일어나서
무대 밖으로 사라진 느낌이었다.
내 마음의 변화인데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 묘한 기분.
어쨌든 나는 결혼도, 아이를 갖는 것에도 흥미가 없는 이전의 나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내 사주에 있던 2명의 아이는
어쩌면 사주에 아이가 없는 사람에게로 갔을지도 모르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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