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저씨는 무쌍이지만 부드럽고 선한 인상에
제법 잘생긴 호감형이었어.
어릴때의 나는 낯가림이 심했는데 그 아저씨를 좋아했어.
어느날 평소처럼 동네 친구와 함께 유치원에 가려고
버스를 타러 나갔는데 우연히 그 아저씨가 지나가다 우릴 태워줬어.
올바른 방향으로 잘 가던 아저씨가 갑자기 엉뚱한 방향으로
차를 돌리더니 작은 다리가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는 나만 데리고
다리 밑으로 내려갔어. 그리고 만졌어.
그 아저씨를 좋아했는데 갑자기 너무 무서워져서 말도 잘 안 나오고
울먹이게 됐어. 천만다행이도 만지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
다리 위에 있던 친구가 우릴 불렀고, 아저씨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곧바로 다시 다리 위로 올라갈 수 있었어.
친구는 내가 무슨일을 당했는지 전혀 몰랐고 나도 아무일 없는척 했어.
난 성인이 된 이후 소개팅을 하면 3~4번째 만났을 때 끝나게 됐어.
3~4번째 만나면 이제 사귀기 직전이라고 생각하는건지
약속이라도 한듯 상대방이 먼저 스킨쉽을 시도했는데
나는 그게 너무 싫었어. 길을 안내해 주려고 내 허리에 손을 데려는 것도
왜 그렇게 싫을까 나 조차도 의아했지만 자세한 이유는 모른 채
갑자기 상대방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가득차 버려서
더이상 만남을 지속하지 못했어.
그런 나에게도 두 번의 연애경험이 있어.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다지 친하지 않은 같은 반 친구가
나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애가 있다며 몇번이나 만나보라고 하길래
결국 소개팅을 했는데 어쩌다보니 그 남자애가 먼저 사귀자고 해서
알았다고 했어. 그러다 사귄지 얼마 안 됐을 때 걔가 날 갑자기 안았는데
'설레인다, 기분이 좋다' 라는 감정보다는 '기분이 나쁘다, 싫다'라는
마음이 크게 일어났어. 내색은 안 하려고 노력했지.
그리고 며칠 뒤에 친구 커플 기념일에 갔다가 사진을 찍는데
그때 갑자기 내 볼에 뽀뽀를 했고 난 짜증을 내며 걔를 밀쳤어.
그때는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어.
그리고 사귄지 20일이 조금 넘었을 때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데
이유를 계속 묻길래 '갑자기 끌어 안거나 뽀뽀하는게 싫었다' 라고
솔직하게 말하니 그 친구는 울었어.
무척 미안했지만 마음 한켠에선 이제 헤어지게 됐으니
스킨쉽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후련한 마음이 더 크게 일어나게 됐어.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미안한 감정이 점점 커지면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나서 제대로 사과하고 싶었어.
그래서 24살때쯤 내가 먼저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했고
그 때의 일이 너무 미안해서 사과하고 싶었다고 말했어.
그리고 어쩌다보니 걔가 또 먼저 사귀자고 해서 그날 사귀게 됐는데
그렇게 난 한 사람과 두 번 사귀게 됐어.
한 사람과 두번째 연애를 끝으로 소개팅을 하면 아까 말했던 것처럼
여전히 스킨쉽 문제로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게 됐는데,
명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후에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했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국엔 어렸을 때의
일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어.
고등학교 때는 사귀는 사이어도 스킨쉽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내가 호감을 느끼는 사람이어도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닐 때 스킨쉽을 한다면 불쾌감을 느꼈어.
그러니까 나는 내가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스킨쉽에
강한 분노를 느꼈던거야.
이것 말고도 나를 괴롭히는 많은 일들의 원인을 알아내는데
명상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
내가 술을 다시는 마시지 않으려고 참는 이유는
며칠, 몇 개월, 몇 년 전의 과거의 일들을 되짚어보며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할 때 방해가 되기 때문이고
현재와 미래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야.
술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성격을 날카롭게 만들고
나태하게 만들어서 싫었어.
난 아직도 그 아저씨가 매 순간 어떤 마음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 여전히 6~7살의 여자아이를 보면 성적 충동을 느낄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새신랑이었던 그 아저씨는
어쩌다가 어린 아이를 보고 성적 충동을 느끼게 됐을까?
자기가 왜 어린 아이에게서 성적인 충동을 느끼게 됐는지 알아보려는
노력을 해보긴 했을까? 난 그 사람이 스트레스와 외로움, 성욕 등을
올바른 방법으로 해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명상을 하면 먼저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들에서
조금씩 자유롭게 해주지만, 나로인해 다른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도 일으키게 해. 그래서 되도록이면 말과 행동을
조심해서 하려고 노력하게 되지.
관상도 크게 믿을게 못된다는 것도 알게 되는데
그 아저씨는 무쌍이지만 부드럽고 선한 인상에
제법 잘생긴 호감형이었어.
나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주었지만 행동은 그러지 못했어.
그래서 난 어느 순간부터 외적 조건들에 가려져서 제대로 보기 힘든
마음에 관심이 생겼어.
그 사람을 움직에게 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좀 더 정확히는 그 사람은 매 순간 어떤 마음을 선택하는지를.
자신도 왜 그런 마음을 선택하고 행동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 할 수 있어.
그래서 자신의 엉망진창인 내면을 스스로 볼 수 있어야해.
명상을 하면 내가 가진 선입견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도움을 줘서 좋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명상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은
놓아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어. 쉽지 않지만..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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