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하는 게 뭔지 뻔히 알면서 굳이 얘기를 꺼내는 걸까.

싫은 티를 좀 낼라 치면 언제나처럼 안듣는다고 화부터 내고, 곧 본 주제에서 벗어나 내게 감정을 쏟아붓는다 싶을 때 헤드셋을 끼고 평소 잘 듣지도 않는 시끄러운 음악을 귀가 아플 정도로 크게 틀었다.

음악이 네 곡정도 끝났을까 내가 듣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 때다 싶어 모든 감정을 실컷 내뱉고 나가는 뒷모습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사람 사이에 대화는 꼭 필요하다 생각하다가도 이럴 때마다 회의감이 강하게 든다. 늘 이렇게 사람과의 관계에 지칠 때마다 내가 선택한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대화하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스트레스에 괴로워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이제 30분이면 해가 뜰 시간이다. 오늘도 편히 잠들긴 글렀고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눌, 어쩌면 감정조절에 실패한 내게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는 친구가 없는 시간임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