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마치 성냥갑 속 성냥처럼 쓰이길 기다린다.
언젠간 화려하게 불피울 날을 꿈꾸며 말이다.
누군가 담배를 피고 싶어 성냥을 켰을 때, 성냥은 머리부터 불탄다.
그러나 그 불은 머지 않아 금방 꺼지고 만다.
쓰임을 다했기에 흔들어 불을 끄거나, 무심코 후 불어 성냥 머리의 불을 끈다.
그 뒤, 버리거나 운이 좋다면 성냥갑 속으로 간혹 들어가곤 한다.

성냥의 불을 태웠다고 하여 쓰임이 없어진다해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다 생각하지만,
모두 불타버리지 않은 이상 성냥은 그대로 성냥으로 존재한다.

다행인것은 자신이 모두 타버리기 전에 빨리 꺼진 성냥이 나라면,
불을 못 피웠거나 잠깐의 불씨로서 그 생명을 다했다 해도, 존재할 수 있는 자유는 있는 것이다.

인간이 성냥은 아니지만, 자신이 성냥처럼 느껴진다면, 자신은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란걸 말하고 싶다.
도구로서 남은 삶보다는 자기 자신으로 남은 삶이 진짜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히려 타지 않은 성냥처럼 오직 불타기만을 기다린다면, 더 불행하지 않을까.

나는 타버렸지만, 오히려 내 자신을 모두 태우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이미 타버렸기에 내 삶의 목적을 불태우는데 집착하지 않기에 나의 삶은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