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바라보고 계속 말을 걸면 미쳐버린다는 소문이 있다고 합니다.

삶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나, 무엇 하나도 나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무력감이 엄습해올때면 나는 때때로 거울에 말을 걸고는 합니다.

빙그레 웃어보기도 하고, 찡그려 보기도 하며, 연설을 하기도 하고, 속삭이기도 하며, 다정하게 말을 걸거나, 언성을 높여 욕을 하거나 하는 일종의 샤워와 같은 기능들을 하는 것입니다.

한바탕 거울앞의 나와 대화를 하고 나면, 표현하기 힘든 불안, 기쁨, 안도, 공포.. 어떤 감정일까요? 그러한 것들이 내 뇌리에서 맴돌고는 합니다.

그러던 날 중 너무도 힘든 날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것만 같은 기분.. 그 이상의 것을 가끔 우리는 겪고는 하지 않습니까?

나는 하나의 짐승과도 같이, 이성을 가까스로 걸치며 거울앞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날은, 대부분의 말들을 부정의 감정, 욕설과 같은것들로 가득 채운 거울이었습니다.

한바탕 공허에서 소리친 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향하려는 찰나에, 이상한 낌새를 느껴 거울을 바라본 그곳에는 내가 계속 앉아있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내가 미쳤나봅니다. 아무리 보아도 비루한 몸뚱아리는 서있는데, 저 거울 속 나는 앉아 그저 서늘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봅니다, 내가 그러고 있듯.

나는 순간 공포심 보다는 화가 먼저 치밀어 올라, 거울을 향해 욕을하고 물건을 집어 던졌습니다. 이내 거울은 깨졌지만, 조각난 파편들 사이에서 보이는 더 많아진 나를 보고있자니 그제서야 공포가 몰아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내가 미쳤나봅니다. 잠자코 있던 거울이 그제서야 입을 엽니다.

거울은 나입니다. 나는 거울입니다. 거울이 나에게 하는 말들은 끔찍하게도 입에 담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분명 하지만 나입니다. 그런 끔찍한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나입니다. 나는 무엇입니까? 나는 나로써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거울의 내가 나인것입니까, 내가 거울속 나인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