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갑작스레 방학을 한 뒤로 나는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간 남편과 학원에 간 딸,
나 혼자 있는 집 안 거실엔 다리 떠는 소리와 마우스 휠 긁어대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
어제부터 잠 한숨도 못 자고 노트북으로 초등학교 교사의 자살 사건을 조명하는 뉴스 기사만 읽어대고 있다
다행히 어디에도 나의 이름은 없다 아직 없는걸까 어디에 있는 건 아닌가
분 단위로 올라오는 뉴스 기사를 읽어내릴 때마다 나의 감정은 초조에서 불안으로 불안에서 짜증으로 짜증에서 다시 초조로 바뀌었다
아까부터 성가시게 울려대는 카톡음 소리
딸의 반 부모 단톡방에는 선생님의 카톡에 추모글을 보냈다는 부모가 몇 있었다
그중 몇 명은 나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가증스러운 인간, 위선자, 너네도 같이 목을 조를 땐 언제고 이제서 착한 척 가면을 써?
나는 담임에게 카톡으로 추모글을 보내지 않는다 아니 보낼 수 없었다 그 대화창 안엔 내가 담임에게 보낸 대화들이 있으니까
아,
조심스레 담임과의 대화창을 열어 보았다
그 안엔, 그 1:1 대화방 안에는
소리 없는 비명이 있었고 눈물이 있었고 애원이 있었고 그런 담임을 내가 아무렇지 않게 난도질하고 있었다
아, 이거였구나
내가 두려워하는 근원 내가 어제까지 잠 한숨도 못 자고 손톱으로 파내듯 뉴스 기사만 읽어 내리는 이유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내가 했던 대화창을 꾸욱 눌렀다 그리곤 '삭제' 버튼을 누르고 '모두에게서 삭제'를 눌렀다
한숨을 쉰 후에야 겨우 대화창 하나를 없앨 수 있었다 그 짧은 몇 초의 시간이 마치 몇 년 처럼 느껴졌다
그리곤 다음 대화창, 다음 대화창,
나의 죄의식을 벗겨내듯 대화창을 하나 하나씩 지워갔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면서
대화창 속 점점 혼잣말이 늘어가는 담임은 비좁은 네모 창 안 에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더이상 떨리지 않는 손으로 마지막 대화창 지우는 일을 끝내자 속 깊은 곳에서 안도의 눈물이 차올랐다
‘너무나도 깨끗한 대화창이잖아’
일을 마치고 내가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갑자기 담임선생님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곤 다른 부모들처럼 나도 담임 선생님의 카톡에 추모의 글을 올리기로 하고선
'우리 @@이 담임선생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그곳에선 행복하세요'
정성스레 글을 적고 전송 버튼을 눌렀을 때
무수히 많은 하얀 창 밑으로 노란 창 하나가 덩그러니 놓였다

깨끗하게 1이 지워진 채로.




추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