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길어요. 맨 밑에 3줄 요약 있습니다.

----------------------------------------------------------

안녕?안녕하세요??
이 커뮤니티에서는 반말과 존댓말이 공존하는것 같은데,
으레 그렇듯 처음 쓰는 글은 예의를 갖춰야 하니까.. 격식체로 하겠습니다.

여러분, 식사는 하셨나요? 일은 잘 끝내셨나요?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오늘 하루 잘 보내셨다면 정말 다행이고, 힘드셨다면 내일은 잘 보내시길 바라요.

저는 오늘 하루 잘 보냈어요. 아픈 곳 없고, 삼시세끼 잘 챙겨먹었고,
오늘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기분 좋았네요.

오늘 하루 뭘하고 보냈냐고 물어보신다면, 글쎄요?
좋게 말하자면 여러분들이 좋아할만한 뒹굴뒹굴 거리면서 아무것도 안했구요.
다르게 말하면 아무것도 한게 없어요.

그것이 제가 지금 글쓰는 이유에요.
제 소개를 해드리자면, 29살 남자구요.
대학은 중퇴하고 나이가 들기까지 따로 이력서에 적을만한 경력 및 자격증 없고..
현재 고시준비중 입니다..

말은 고시준비중이라지만 안하고 있어요. 못하는게 아니고 안하는 것일거에요.
고시준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서요.

여기 고민 게시판에 올리는 이유는 단 하나에요.
저는 왜 해야할 일을 안할까요? 왜그럴까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러한 증상?은 6년 전부터 그랬어요.

2014년에 군 전역 이후에 매일 컴퓨터만 하고 친구들과 밤새는 경우가 종종있고..
그런 일상을 거의 3~4개월 지속하다보니 아무리 엄마가 관대하다 이렇더라도
한 말씀 하시더라구요.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짓거리만 하고 사냐,
엄마 아빠 죽고나면 어떻게 살려고 하냐.. 등등.
그런데 그당시에는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기 보다는 그저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리고 적성에도 맞지 않고 교우관계도 원활하지 않은 대학생활을 탈피하려고
가족들에게 공무원이 되겠다고 선언했었죠.

아빠나 누나는 공무원이 무난한 직업이다보니 선뜻 응해주었고,
엄마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제가 그렇게되길 바라셔서 환영했었어요.
그래서 서울에 올라가서 방을 알아보고 학원을 알아보고 해서 서울에 올라와 9급고시공부를 시작했었습니다.

그후로, 지금까지 공무원? 되지 못했습니다.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공무원이 되지 않았어요.
왜냐? 2015년에 시작한다고 선언 이후에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제 20대 인생을 정말 최악이라고 보고있어요. 진짜 정말로 아무것도 이룬것 없고 한것도 없으니까요.
대학? 제 맘에 안든다고 때려치웠어요. 이성교제? 사귀어 본적도 헤어져 본적도 없어요.
스팩? 토익 딴것도 없고 자격증 취득도 운전면허 외엔 없어요.
그럼 대체 뭐하고 사셨어요??라고 하신다면 진짜 한게 없어요. 29살 먹을때까지 게임하고 유튜브보고
먹고 싶은거 겁나 먹고 친구 만나고.. 이게 다에요

정말 불안정하고 왜 그렇게 살았냐라고 말이 나올정도의 상황인것은 저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황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었어요. 주로 고시공부를 하기 위해서요.
상황이 안정적이어서 그런건가 싶어서 누나 소개로 들어간 곳에서 일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해보기도 하였고
상황을 극한으로 몰아붙여 보기도 하였고,
현재는 산속 고시원에 들어왔어요.

도대체 제가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전날 밤에 공부하겠노라 하면서 다짐하고 자고 일어나면 정말 그런적 없다는듯이 아무것도 안하게 되고
'정신 차리게 하는 글귀'나 '동기유발 동영상'이런거 보고나서 그래 열심히 살자하고 다음날되면 또 원상복구 하고
시험 떨어지고 부모님 앞에서 울고불고 싹싹 빌면서 제가 노력이 부족했어요 정말 미안해요 정말 정신 차리고 공부할게요
하면서 질질짜고 다짐하면.. 이틀 못가고 또다시 퍼지고 오늘 게임 뭐하지?이럽니다.
수백 수천 날을 보내면서 다짐하고 깨닫고 질질짜고 싹싹 빌어도보고 미친듯이 뛰어보기도 하였고 하였지만
결국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글에 두서도 없고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 같고, 낑낑 나이 처먹고 저는 아무것도 안했어요라고 하니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화가 나실 겁니다. 미안합니다. 정말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글을 올리는 이유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하니까요.
나이도 있고, 가진건 없고 하니까요.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은 몇가지 궁금한게 생기셨을 수도 있을겁니다..

우울증이 아닐까요?라고 하신다면
심적으론 그렇다라고 생각하는데, 전문적인 상담이나 병원방문을 해보질 않아서 명확히는 모르겠네요.
심적으로 그렇다라는건,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생각은 종종하고 실제로 시도를 한번 하려고 했었어요.
커터칼 키고 손목 근처에도 못갔지만요.
이렇게 말하니 맞는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다고 빠른 시일내에 병원 방문이나 상담은 힘들것 같아요.
당장에 다음달 시험이 있어서요.

고시공부가 안맞는게 아닐까요?라고 하신다면
대단히 잘못된 말이겠지만, 제가 꿈이 없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꿈이란게 주로 직업에 대한 것인데, 저는 그런게 없어요.
초등학교때 자신의 꿈 적기하면 되고 싶은 것 없는데 하면서 어제 본 티비 프로그램에 나온 직업 아무거나 적고
대학입시 때에는 딱히 가고 싶은 대학이나 학과도 없어서 그냥 선생님이 정해주신 대로 갔었어요.
결국엔 자퇴했지만
고시공부를 시작한건 반반의 이유가 있습니다.
절반은 부모님 품에서 나와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다르게 말하자면 서울에 가보고 싶어서 그랬고
절반은 이 일이 적성에 맞겠거니와 해서요. 군대 때는 행정병을 했었고 업체 사무직도 해봤었는데
체질에 맞는것 같더라구요? 제 억측이겠지만요.

집안 경제적 상황이 여유로운가요?하신다면
절대 아니에요. 저희집 형편 어려워요. 그래서 이 상황을 빨리 탈출해야해요.

이 고민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말해보았나요?라고 하신다면
이정도까지는 말 못할겁니다. 엄마아빠누나는 제가 자리잡길 절실하게 바라실테니 초조하실 겁니다.
달리 말하자면, 가족들에게 "ㅠㅠ저 아무것도 안했어요 저 나태하고 우울해요"라고는 못할것 같습니다. 진짜로.
집안 사정이 어려우니 그러한 발언은 불난집 부채질 하는 꼴인것 같아요.
친구들에게도 역시 말하지 못할 거에요. 어릴 때부터 친했던 애들인데, 애들도 자리잡고 나서 버티려고 아둥바둥 하니까
선뜻 이런 고민을 말하기도 주저하고, 또 어쩌면 관계가 서먹해질까하는 두려움도 있고요.

그래서 여기에 제 고민을 말해보는 거에요. 여러분과 저는 만나본 적도 없고 면식도 없고하니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말하고
정말 솔직하게 의견을 내주실지 않을까 해서요.

내년이면 저는 서른살이 됩니다.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닙니다.
저도 이런식으로 계속 살면 어떻게 되는지는 누구보다 잘 압니다.
예전부터 그런 사람들과 상황을 수없이 봤었고 그렇겐 살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으니까요.
그런 제가 그 전철 그대로 밟고 가고 있습니다.
다른 걱정들보다 앞서는 생각은 단 하나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살다간 언젠가는 가족들의 기쁜일이나 슬픈일,
친구들의 기쁜일이나 슬픈일을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것.
꼰대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지혜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저보다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을게요. 어리시더라도 저보다 이룬게 있으시다면 저는 선배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에 두서가 없고 같은 말 반복하고, 고민이 터무니없고 병x같을겁니다. 죄송합니다.
격려의 말씀은 격려가 절실하신 분에게 해주시고, 저에겐 솔직하고 고된 의견을 주세요. 욕 박으셔도 고맙구요.
도와주세요.

긴 글. 읽어주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3줄 요약
1. 나이 29살 / 백수 / 스팩x（토익,자격증x） 및 경력x / 대학중퇴 / 9급 준비중
2. 2015년 9급 준비시작 이후로 공부를 '안'하고 있음.
3. 왜그럴까요?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