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 사랑의 첫 단계가 타오름이었다 해도
함께한 시간들이 전부 까맣게 그을리진 않을 거야

우리가 보낸 시간들 사이에서
시곗바늘이 흔들거려

어느 날 밤
별똥별에 소원을 빌며
여름 밤하늘의 별을 이어 그림을 그리던
너와 함께한 시간들이
너무나 빠르게 흩어져버려서
빛나는 별의 조각을 은하수에 뿌려버린걸

내 옆에 곤히 잠든 너의 모습을 보고
잠시 일어나 알람시계의 건전지를 빼놨었어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흐르다 끝나버릴 게 두려워서
이 시간이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겠어서

너와 함께한 기억들은 모두
옛사랑이라는 이름표를 한 채
은하수를 여행하는 배 위에 앉아 떠다니다
언젠가 다신 찾을 수 없는 마음속에 남아들겠지

나는 그 시간이 무서워서
이 글의 온점을 찍지 못해

그을음만 남은 모닥불처럼
바람에 재가 날려 흐르면
밤하늘의 별에 비쳐 소소한 히치하이커가 될까 봐

옛사랑이라 우리의 추억에 이름표를 붙히고는
뒤로 돌아가지 않는 시계만을 움켜쥘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