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꺠어날 수 없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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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꺠어날 수 없는 꿈

작성자

띠띠빵빵딸배

쪽지 | 작성자 글보기

번호 35036 추천 0 반대 0 답글 0 조회 757 작성시간 2023-06-01 12: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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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상한 하루였다. 좀 더 말하면 지금은 이상했다.

바닥이 기울어진 세상이어서 꿈을 꾸고 있나 보다 싶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좀 위험한 상황이 아닐까 싶은데,

"난리났네 난리났어."

아 그래 곤란을 겪는 건 나 뿐 만이 아니었어. 하지만 소란스러움은 아니었다.

내 주머니에서 이것저것들이 빠져나가 버릴까 걱정이 되었다.

이것저것들은 하나 하나 꺼내보고 나서 확인하지 않으면 무엇인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세상은 무엇 하나를 할려고 해도 꼭 거기에 들어 맞는 필요한 것이 있어야 하는 것들 투성인 탓에,
지금 당장은 들썩거려 주머니 속에 들썩거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지만 그럼에도 꼭 잃어버리지 않고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딱히 그러해서 후 일에 보람으로 변하지도 않고 곤란함과 따분함을 면해주는 정도이다.

요컨데, 그래서 갑자기 두서 없는 이 상황이 더욱 더 불안한 것이다.

가만있어보자, 방금 어떤 사람이 난리라고 말한 상황은 오직 나를 두고 하는 말일까?

둘러봐도 요란법석을 떠는 것은 나뿐인 것 처럼 보였다.

모두가 그럴 듯 하게 태연히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따금 허리와 발끝이 주춤대는 것을 보면 다들 익숙한 요령을 피우는 듯이 상황을 모면해나가는 듯 햇따.

그에 반해 나는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사지로 간신히 바닥에 붙어 있으려는 절지류의 몸부림을 보이고 있었다.
"난 내려요, 여기서 내려요."

그렇게 나는 내렸다. 뭔가 살벌한 대중교통 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난 뒤 눈 앞에 펼쳐진 건 너무나 가파른 계단 이었다.

아, 내가 꿈을 헤매고 있구나 싶은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 가파른 계단은 얼마나 가파르냐면, 계속 올라가지 않으면 끝없이 가팔라져서 하늘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기분에 압도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계단을 올랐다.

숨이 턱-턱 막혀오니, 아까 그 정신없는 대중교통이 차라리 더 신세가 나아 보였으나 이내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차라리 힘들고 말지,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는데...

열심히 계단을 오르니 점점 경사가 낮아졌다.

그러게 나는 어디로 가는 중이지? 이따금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였으나 말을 붙이질 못했다.
각자 그 계단을 오르는데 판이 하게 열중이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지금 무척 힘드나 보다 하고, 그저 평지를 걷듯 쑥쑥 나아 올라가는 사람도 있고...

한 번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 보았으나 손을 내젓거나 고개를 흔든 뒤에 계속 계단을 올라갔다.

그래 다들 열심히 올라가는 중이니 말 시키지 마라 이거구만

하지만 오기에는 또 한 자신이 있었다.

계속 올라가다보면 한 숨 쉬어가는 곳이 있곗지 싶어 계속해서 올라갔다.
사람들이 옆을 지나가도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그냥 저 사람들도 어디론가 가는중이니 뭐가 나오겠거니 하고 끝없이 올랐다.

어느 덧 터벅걸음으로 오르던 중에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요즈음 어떠세요?" 무슨 말인가 했다. 이건 마치 내가 오래전부터 계단을 올랐던 중에 받을 법한 아무 의미 없는 질문 같았다.

그 븐위기를 해쳐서 딴지를 걸면 또 손사래를 칠 법 하여 그냥 곧이대로 답했다.
"그냥 그렇습니다."
어째 무안한 말 같아서 곧바로 말을 붙였다.
"선생님은.. 어떠십니까 요즘..."
"저도 별 일 없지요"

그러더니 목이나 축이자며 가쟀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쉼터가 곧 나왔다.
"맏 딸은 도통 끊으라고 하지만.."
뒷 짐에서 막걸리 한 병이 나오는 것이다. 도시락에는 풋고추와 장도 있었고, 빈 도시락은 잔이 되어 푸짐히 채어졌다.

"작은 딸은 이렇게 가끔씩 아빠 좋아하는 거 먹으라고 챙겨줍니다."
"자식농사를 훌륭하게 하셨나봐요.."

"무어... 마누라는 일찍 가버리고 지들 알아서 컸지요."

누군가 살아온 희노애락은 참 재미가 좋았다. 아픔은 긴 세월 삭아들고 후회도 어느덧 덤덤히 흙으로 덮였다.

" 이 게단은 들오는 길도 나가는 길도 없어요. 그러기 위한 계단이니까,"
"시작과 끝, 아직 나이가 어린 그 쪽은 그걸 해야 되요. 시작을 하게 되면 끝을 봐야하죠,. 그래 봐요. 텅 비 울 수 있게 된 이상 의미를 가질려면 당신 손으로 시작해야 해요."

그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았다.

내 삶은 곱씹을 수록 이상하다. 아무것도 없는데, 후회할 것도, 그랬다면 이랄 것도 없는데 혼이 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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