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글이 역겨워질 때가 있다. 신물이 났다고 해야 하나.
찰나의 순간에 느낀 감정을 써내렸는데, 맘에 들질 않는단 말이지.
작위적이라는 말을 뱉어버린 찰나에, 생각을 접고 접어 쪽지를 만들면
접어둔 쪽지는 봄볕에 종이배 되어 강을 떠내려간다.
강은 거울이요 너는 옥구슬이라
어떤 방해도 바람도 없이 흐름을 좆다
해가 노을이 지면
바다로 가겠지, 자유를 찾겠지,
나는 종이배보다 비참한 사람이구나.

사슬은 묶이고 나는 낙오자라,
차갑게 식은 이부자리에 무슨 미련으로 발을 딛나.
바다는 푸르다, 한아름을 주어다 왈칵 삼켜버리면
네 품 안에 나 하나 안길 자리는 있겠지

허무하고 헛되되 삶이란 그런 것이란다.
더 적을 글이 지긋지긋해질즘 벼루는 곱게 갈리고
붓질로 얼굴을 덮으면 나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다.
눈물을 질질 짜며 상실한 것들을 노래하다
끝낼 줄도 모른 채 획순을 긋고 있다 보면
나는 어느새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