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작품의 끝이 히노하의 작고 이기적인 해피엔딩이 아니라, 세이타로를 향한 히노하의 복수라고 생각함.

세이타로는 이기적이고 비겁한 사람임. 세이타로는 자기를 짝사랑하던 히노하를 사창가에 알선해줌으로써 여동생의 병 치료를 위한 돈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히노하에게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표시하지 않음. 그는 히노하에게 "널 팔아넘긴 건 너희 부모고, 난 그냥 알선자야"라고 말하며 자신은 죄가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직접 히노하를 여러 차례 찾아와 지명하면서도 싫으면 거절하라며 냉정한 태도를 보임. 세이타로의 말은 히노하에게 자유를 주는 것 같지만, 사실 세이타로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히노하에게 덮어 씌우고 있는 것임. 히노하가 세이타로를 거절한다면, 그건 그를 보통 손님과 다른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이 됨. 히노타는 세이타로를 짝사랑했기 때문에, 그를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은 세이타로에게 심리적인 면죄부를 줄 수 있음. 또한, 히노하가 세이타로를 거절하면 세이타로는 사창가에서 더 이상 찾아오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됨. 그렇게 되면 히노하는 세이타로의 반성과 사과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됨.

히노하가 세이타로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영원히 반성과 사과를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아님. 세이타로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히노하는 점점 피폐해짐. 세이타로가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동네 오빠가 아니라 손님으로서 히노하를 찾아오는 것, 그가 히노하와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맺는 것, 이러한 과정은 히노하를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하고 그녀의 창부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고 있음. 히노하가 소꿉 친구보다 창부에 가까워질수록 세이타로는 히노하에 대한 연민을 떨쳐내게 됨. 세이타로는 미즈노가 그랬던 것처럼 돈을 모아서 히노하를 사창가에서 빼주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돈을 더 내고 불한당같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함. 그래서 창관 주인이 이런 방식은 성질을 돋굴 뿐이라고 하는 거임. 즉, 세이타로는 히노하가 자신의 죄 때문에 창부가 된 게 아니라, 어차피 창부가 될 것이었다는 생각을 유지해서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함.

미즈노는 다른 분들께서 또 다른 억압이다, 여자가 뭘 원하는 지 잘 모르고 그저 창부이기 때문에 자기를 당연히 따라올 거라고 생각하는 머저리다, 라고 하셨는데 물론 그것도 맞을 수 있지만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함. 미즈노는 히노하가 그저 길 한 번 알려주었을 뿐인데 히노하를 짝사랑하기 시작하고, 자신에게 자유를 준다며 듣기 좋은 말을 해줌. 그리고 결혼한 뒤에는 신분도 세탁해주고 몸을 요구하지도 않음. 이걸 '미즈노가 히노하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너무한 해석임. 미즈노는 히노하가 창부인 걸 알면서도 사랑하고 헌신했음. 히노하를 창부로 만들고 창부로 대우한 세이타로가 있는데 미즈노를 욕하는 건 순서가 정말 많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함. 어쨌든 히노하에게 미즈노의 모습은 "활동사진", 즉 현실과는 동떨어지고 자신이 속할 수 없는 다른 세계의 것처럼 느껴짐. "역겹다고 생각했다"는 대목에서 역겹다는 건 창부로 타락한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고, 그걸 종용한 세이타로를 가리키는 말일 수도 있음.

히노하가 세이타로의 여동생을 원망하는 이유는 세이타로가 히노하를 사창가에 알선한 결정적 계기가 그 여동생의 약값이기 때문임. 물론 히노하는 부모에 의해 사창가에 보내졌을 것임. 그러나 창부가 되었든 되지 않았든 히노하의 마음 속에서 세이타로는 타락하지 않은, 괜찮은 동네 오빠로서 남아 있었을 것임. 이게 무슨 뜻이냐면, 만약에 세이타로가 히노하를 사창가에 알선하지 않았고, 미즈노가 찾아와서 히노하를 사창가에서 빼줬다면, 히노하는 그냥 가끔 옛날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미즈노와 함께 살았을 것 같음. 세이타로의 여동생이 죽고 세이타로를 찾아간 히노하는 마지막으로 세이타로의 사과를 듣고 싶었지만, 세이타로는 사과하지 않음. 그러고나서 "정말로 다 끝났다는 거지"라고 하는데 나는 이 순간 히노하의 세이타로에 대한 사랑이 끝났다고 생각함. 그리고 "정말 잘 됐어. 지금의 너라면 원하는 건 뭐든 손에 넣을 수 있겠네"라는 부분에서 히노하는 세이타로가 마지막까지 자신을 창부 취급 한다는 걸 깨달은 것 같음. 세이타로는 자신이 반성하지 않았는데 일이 끝맺음되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 마치 히노하가 몸 파는 일과 결혼을 통해 원하는 걸 얻으면 다인 인생을 사는 창부인 것처럼 생각함. 여기에 극대노 진짜로 개 씹빡친 히노하는 과거를 잊고 풍요로운 삶을 사는 대신, 창부라는 과거를 받아들인 채로 세이타로를 속박해서 그를 타락시키고자 하는 것 같음.

여동생 묘비 위에서 "안아줘"라고 하는 것은 진짜로 안아달라는 게 아니라 섹1스를 하자는 것임. "안는다"에는 성적인 의미가 담겨있음. 이는 초반 컷에서 히노하의 대사 "제 손으로 팔아넘긴 여자 안겠다고 제 발로 기어들어 온다니"에서 찾아볼 수 있음. 그래서 굳이 히노하가 "지금, 이 자리에서"라고 강조하는 것이고, 세이타로가 "어떻게 그런"이라고 기겁을 하는 것임. 그리고 따라오는 히노하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사랑에 빠진 연인의 표정이라고 볼 수가 없다고 생각함. "이게 당신과 내게 어울리는 결말이야"는 히노하가 앞에서 말했던 미즈노의 모습, 즉 활동사진과 대비되는 것임. 다른 사람들은 영화같은 삶을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린 그럴 수 없다. 우리에게 어울리는 건 사창가의 과거와 죄를 뒤집어 쓴 모습이다 라는 주장이 담긴 대사인 것 같음. 미즈노가 히노하의 과거를 지워줬다고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는 이미 히노하가 창부였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음. 그리고 미즈노가 소송을 걸었다고 하기 때문에 어쨌든 히노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은 계속해서 퍼져나갈 것임. 세이타로가 히노하와 함께 걸어가는 것은 세이타로가 모종의 이유로 히노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 같음. 사랑이 아니라, 히노하의 협박과 복수로 관계가 이어진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