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하늘은 무너지고 사랑은 어디고 나는 어디며
세상은 시뻘건 진동에 휘말려 땅은
무너지고 사람도 무너지고 찢어진 입가는 방긋 미소지어
마침내 모든게 끝이 나 이제서야 나는 자유인가 끝인가
소리지르다 끝을 달려가매 저 짝은 어째서 환한 빛인가
꿈이었다네 모든게 허상이라네

하늘은 무너질 리 없고 사슬은 묶였고 나는 어디며
시커먼 하늘은 잠 못드는 멍청이를 안쓰럽게 쳐다보지
없는가 정녕 꿈이란 없는 것인가 나는 억스럽게
어둠만 째려보다가 입 한쪽을 찢어내린다

북 북 찢어내린다
사칫사칫 잘라내린다

모든게 정돈된 세상이 나보고 이방아라고 한다
사생아라고 한다 나는 어딘가 고향은 어디인가
비틀거릴 나는 정녕 안길 곳이 없는가
어두운 밤이면 찾아오는 빨강 너는
오늘은 어떤 흑역사를 준비해왔니 추억을 가지고 왔니
술잔은 지긋지긋해 새로운 걸 줘 라고 말해도
필름은 바뀔 일이 없으니 너는 오늘도 똑같아
입이나 찢어낼란다 웃어야지 잘보여야지
언젠가 귓구녕까지 찢어내리고 나면 좋아하겠지
썩는 속은 죄고 피고는 웃는다
세상은 늘 그래왔다 어느 날 어느 길거리를 걸어도
발산하지 못하는 답답이를 위한 세상은 없었다

나는 겁쟁이 어디로 어떻게 살아갈랑가
모르겠어 걷는건 길이 맞나 하늘은 안 무너지나
나그네는 걷는데 족쇄가 없네 부럽기 짝이 없네
유랑길은 멀고 세상은 묶고 나는 묶였네 어느 날
하늘이 무너지면 허무한 사슬이 풀려 웃는가
찢어진 입으로 실컷 웃는가

오늘은 붕대 감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