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내가 어젯밤 일찍 잠에 들었더라면
지금의 이 괴로움이 없었을까

너는 그런 나를 보고
조금만 더 놀자고 보채겼을까

만약에
내가 조금만 빨리 길을 나섰더라면
차가 조금은 더 막혔으려나

너는 그런 나를 보고
왜 이렇게 늦었냐고 웃으며 말했으려나

흰 바탕 위에서
격자무늬 가득한 벽 면 옆에 기대
조그마하게 속삭이는 만약이란 말에

너는 이런 나를 보며
바보 같아 라며 작게 웃어 보이려나

전해질 리도 없는데 당연하지라며
얼굴을 무릎에 묻은 채로
음성을 꺼둔 채 소리치고 있어

더 이상 너의 한마디 말도, 너의 미소도 볼 수 없는 채
이것으로도 충분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