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론자들은 삶의 허무를 생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물냄새가 진하게 흐르는 도시에서
시계탑은 하늘에게 공경하듯 고요히 두 팔을 벌린다

작고 두텁게 쌓인 주택가의 벽 사이에는
지난날의 폭우로 인해 작은 장구벌레들과 구더기가
자살론자들처럼 지 몸을 흔들며 죽음에게 구애한다

조그마한 벌레들은 그 춤에 홀리고
개구리는 그들의 눈빛에 홀리고
도시의 고양이들은 등에 난 짙은 무늬에 홀린다

개구리를 찢어 죽인 고양이들은 혓바닥으로 그의 등을 핥으며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스민다

시계 초침 소리만 가득한 도시에서 울리는 소리
작은 응어림과 개굴개굴 그리고 끼아아아악

서로의 얼굴을 보고, 서로의 소리를 듣고
고양이들은 빈곤한 귀족들이 우쿠렐레를 연주하듯
목을 찢어 노래 부른다

그 소리는 마치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같아서
도시의 광부, 장인, 도제들 그리고 아낙들과 어린아이를 깨운다.

짙은 도시에서는 울음소리가 막히지 않아
끼아악 거리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망치 내리치는 소리가 함께 들린다.

끼아악하고 퉁거우 하고. 끼아악 하고 퉁거우 하고

도시의 물 웅덩이는 고이지 않아서 아래로 더 아래로
강을 향해 흐른다

그 물속에는 벌레들도, 곤충들도, 개구리들도, 고양이들도, 그리고 나머지도

하나 되어 혁명적인 무지개가 된다

다음날이 되면 벽보에는 고양이의 시체가 대량으로 발견되었다는 대자보가 한가운데, 굵은 송곳니의 고양이 그림과 함께 걸리고

오른쪽 아래에는 자식 잃은 부모의 자살이 자그맣게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