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쾌히 먼지 쌓인 일기장에는 연필로 그린 작은 공용 그림만 남아있네

누런 물자국이랑 침자국이 번져
어린 나의 일상은 빛바랜 비디오테이프
지지직거리는 흑백에 누런 유리빛

종이에 코를 박으면 느껴지는
다 헐어진 종이 냄새

대충 찍은 잘했어요 도장을 문질러도
손에 남는 잉크자국은 있을 리 없겠지

시꺼먼 흰 천장을 바라보다
얼굴을 과거에 묻고 잠에 들어볼까

번쩍번쩍 빛나는 쥐라기 시대
쿵쾅 떨어지는 운석들 사이에
화산들은 모두 펑펑 터져가겠지

어린 시절 기억은 모두 연필냄새가 가득한데
다 사라졌으면 좋겠는 시간은
참 쓸데없이 잉크향이 번지네

오른손에는 이력서 종이를 들어도
내 눈앞은 온통 모두 빛날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