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작성하였던 에세이로 현재에는 와 닿지 않거나 공감되지 않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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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주도

나의 첫 제주도 여행은 아내가 둘째를 뱃속에 품고 첫째의 육아를 전담하던 중에 태교여행을 원하면서 추진되었다. 덕분에 나는 2020년, 그러니까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제주도를 방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날 시기에 제주도는 집단감염 이슈 등의 혼란이 지나간 후,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국내 여행지로 눈길을 돌리며 내국인들의 방문이 다시 활발해진 시기였다. 덕분에 우리 가족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자는 다짐 아래 제주도 여행의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공항에 도착한 나는 최근 뉴스로 전해 듣기만 하던 한산한 공항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껏 공항을 이용할 때면（제주도 못 가봤다고 했지, 비행기 안 타봤다고는 안했다.） 늘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북적거리던 모습만 봐왔기에 이 여유로움은 마치 공항을 전세 낸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킬 뻔 했다. 그래서 연휴를 낀 여행이었음에도 너무도 마음이 편했고, 특히 첫째의 흥에 겨운 고성과 식당에서의 드럼연주（젓가락과 그릇들을 이용하면 식당에서도 금세 멋진 드럼을 연주할 수 있다.）에도 눈치를 조금은 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는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어디들 계셨던 것인지 빈자리가 없이 모든 자리에 탑승객이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마음의 여유를 잃고,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부터 가장 걱정했던 상황을 다시 떠올리며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이륙 후 터져버리는 아이의 울음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발생하는 기압차에 불편을 느껴 많은 아이들이 울게 된다는 이야기를 익히 접했는데,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그칠 때까지 다른 승객 분들에게 꼼짝없이 폐를 끼치게 되니 이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그럼에도 여행을 결정한 것은 우리였고, 걱정만 한다한들 달라질 것은 없었다. 비행기는 결국 이륙했고 우리는 주님만 붙잡으며 초 긴장상태를 유지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아이가 내 품에서 ‘스르르’ 잠에 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아이는 그 상태로 제주도에 도착했다. 우리는 아이와 하나님께 너무 감사했고, 덕분에 우리는 마음 편히 첫 번째 숙소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3박4일간의 제주도여행에서 3곳의 숙소를 이용했는데 그중 한곳은 원래 아내가 친언니처럼 따르는 언니와 함께 가려던 곳이었다. 이 숙소는 제주도에서 홀로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의 댁에서 여유 있는 방을 여행객들에게 내어주는 형태다. 그런데 아내가 언니와 이 방을 예약한 시점에 하필 코로나가 유행해 언니와 아내는 당장 여행을 가기가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당연히 예약이 취소되리라 예상했지만, 집주인 할머니께서 “언제든 편할 때 오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결국 그렇게 묵혀둔 방이었다. 그리고 （아내와 언니가 합의한 후） 이번 가족여행을 위해 거의 9개월 만에 할머니께 다시 연락을 드렸는데, 할머니께서는 단박에 기억을 하시고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예약을 받아주셨다. 너무 친절하신 할머니덕분에 우리는 편안히 쉴 수 있었고 할머니 댁의 넓은 부엌에서 오랜만에 야식도 마음껏 （하지만 조용히） 누릴 수 있었다. 위치도 성산일출봉 바로 앞이었기에 다음날 아침 일찍 여유롭게 구경하고 그곳의 수제버거 맛집까지 섭렵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이가 약간 보챈 것을 제외하면 나의 첫 제주도 여행은 너무나 즐겁고 여유로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복세긋살의 취지에도 아주 딱! 들어맞는 여행이었기에 그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요즘도 가끔 체력적으로 지치거나 할 때면 한 번씩 제주도의 푸르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 정다운 할머니 등이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여행 당시 ‘제주도 한 달 살기’ 중인 한 가족을 만난 후, 아내와 우리도 언젠가 꼭 ‘한 달 살기’를 하자고 약속했었다. 지금도 그날을 기약하며 푸르른 제주도를 떠올린다.

제주도야, 기다려라! 꼭 가서 한 달간 지내며 그 풍경을 물릴 때까지 눈에 가득 담아올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