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은 이진법 같다.
0 아니면 1
1이 되지 못하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못하는 시험.

그런데 그 1이 되기 위해선 잘 쳐줘도 10명 중 1명이, 10%뿐만이 1이 될 수 있을 뿐이다.
1년에 한 번뿐인 시험을 위해 내 눈앞에 10명을 제쳐야 한다.
허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허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열심히 안하는 사람이 없다. 정말 다 열심히 한다.

당연한 얘기다. 내 인생을 걸고 왔으니까. 사회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온 것이니까.
수능과 다른 점은 점수에 맞춰서 성과를 가져가는 것이 아닌,
경쟁에서 10% 안에 들어야 성과가 나오니까.

7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더 대단하다. 1% 미만의 사람들이 합격할 수 있더라.
다 같이 열심히 준비하는 시험에서 열심히 달리는 100명을 제치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니까.

소방공무원의 꿈을 들고 안정적인 커리어를 두고 도전한 시험을 2년을 준비했다.
1년은 별 생각 없이 그냥 했다. 힘든 줄도 잘 모르고 그냥 하다가 코로나에 걸려 2주 동안 격리하다 보니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구나 싶었고,
2년 차엔 1년 차에서 있었던 실수들, 마음가짐들, 더 열심히 하자는 목표를 들고, 내 모든 걸 하나씩 포기하고 도전을 계속했다.

계속 한계에 부딪히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몸이 망가지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고 그냥 계속했다.
하루 14시간과 운동 1시간 30분

인간관계, 취미, 일상 다 포기하고 눈을 뜨고 몸이 움직여 지지 않을 때에도 허벅지를 주먹으로 치며 정신 차리자, 가야지 하며 내 자신을 포기해가며까지,
장염, 헛구역질, 위경련, 다한증, 마지막엔 감정에 상관없이 눈물이 맺히는 걸 무시하며 했다. 그래서 웃대에 자주 들어온 거 같다. 조금이라도 웃고 자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거 같아서.

그렇게 했는데 떨어졌다. 시험이 너무 쉬웠어서.. 아니 그냥 내가 과도기에 진입했다.
재시임에도 메리트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냥 베이스가 조금 있는 초시였을 뿐이라는 핑계를 대본다.

결과값이 결국 0으로 아무것도 되지도, 남지도 않았고 2년간의 공백기가 생겨버린 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것이 정말 아쉽지만
정말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1년을 더 준비한다는 건 나를 위해서라도 하면 안될 것 같다.


정신력이 약해서인지 지각을 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매번 오픈-마감을 찍는 사람들을 보며 비교를 많이 했었지만

체력시험 준비를 하며 실기점수를 금방 끌어올리는 나와는 달리 마지막까지 변동이 별로 없는 사람들을 또 보며

나는 벽을 느꼈다.

사람마다 유전적이나 자라온 환경의 영향으로 각자 가진 강점이 있을 것이고,
자습관의 오픈 - 마감 찍는 사람은 체력을 준비하는 내 모습처럼 이게 별로 힘들지 않을 수가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덕분에 후회는 없다. 자기만의 페이스를 뒤늦게서야 생각한 것도 아쉽지만
이 정도로 열심히 살았던 적도 없었고, 이 수준으로 열심히 살 체력이 만들어지기 전엔 두 번은 못 할 걸 알기 때문에.


그러나 소방관이라는 꿈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몇 년 안에 한 번 더 도전할 것 같다.


노량진에서 첫 주말을 맞이 했을때 밤거리에 사람이 많지만 거기에 소속되지 못한다는게 참 싫었었는데

시험 전날 공부를 마무리하고 거리에 깔린 사람들을 보며
'내일이면 다 끝이구나, 내일부턴 나도 저곳으로 다시 돌아가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결과값이 0에서 변동이 없어 그저 긴 꿈을 꾸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