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비는 애벌레였던 시절이 있지만, 모든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제법 나비가 될 것 같이 생긴 애벌레들도 마찬가지다.

일곱살의 그를 보고는 모두가 천재라 하였다. 무엇이든간에 보고 배우며 그 수준이 또래에서는 월등하였다. 당시는 대부분의 부모가 부러워하는 아들이었을테다.

열둘의 그는 아직까지는 천재처럼 보였다. 얄팍하게 배운 것들을 그럴싸하게 말하는데에는 능통하였으므로 그는 아직까지도 천재 타이틀을 달고 있었으나 스스로는 천재가 아님을 분명하게 알았다.

열일곱의 그는 서서히 천재소리를 듣기에는 부족해 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어렸을적 배웠던 것들 정도야 누구나 아는 것들이 되어 버렸으며, 더 배우고 알아가기에 너무도 광범위한 얕은 지식들이 되었다.

스물한살의 그는 비로소 남들과 같았다. 아직은 자신이 그래도 똑똑하다는 것을 믿고서 노력을 해 본다만 그 노력은 이내 절망으로 다가왔다.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한지 너무 오래되어 경계에 가로막혀 주저앉아 기어다닌다.

나비가 되지 못한 애벌레는 나방이 된다.

단아하게 낮을 바라보는 나비가 아닌 빛을 쫓아 떠도는 나방이 된다.

그러다 어디 공원의 불빛이라도 만나면, 운이 좋은 것이다.

그러지 못한 나방은 정처없이 밤을 떠돌다가 불꽃을 만나 땔깜이 된다.

차라리, 애벌레인채로 사는 것이 나았을텐데ㅡ

차라리, 나방인걸 알고 있었더라면ㅡ

나는 나비라도 될 줄 알았어

나는 나방만도 못한ㅡ 나방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