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에 나는 아는 지인으로부터 스웨터를 선물 받았다.

연한 파랑의, 이제 막 자신이 스웨터라고 뽐내는 듯한 자태의, 은은한 자스민 향의 그것. 나는 퍽 그것이 꽤 맘에 들었다.

과장처럼 들리겠지만 매일같이 그것을 입고 나가고, 어떤 날은 세탁하기에도 아까워서 옷장 속에 모셔두고 부모님께 세탁했다고 거짓말했던 날도 있었다. 내 친한 친구들은 그 모습을 보고 “그만 입고 나와라!”라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그때의 나는 그 말을 흘려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그 연한 파랑의 스웨터를 입고 공원을 산책하러 나갔다. 그날은 유독 공원에 사람이 많았었는데, 아마 동네 행사를 진행해서 그랬을 것이다. 여느 때와 같이 산책하다가 우연히! 내 맘에 드는 사람을 발견했다. 긴 생머리에, 코는 적당히 솟아있으며, 피부는 백옥같이 무척이나 고왔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평소의 나였다면 하지도 않았을 터인데, 그때 무턱대고 말을 걸었다.

“저기요, 제가 보이게 너무 예쁘셔서…혹시 번호를 저한테 주실 수 있나요?”

그걸 아는가? 사람이 첫 만남에서는 본능적으로 위아래를 훑어본다는 사실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은 무척이나 긴장되지만, 하는 사람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낀다. 그 상황도 그랬다. 잠시 말을 걸기 애매한 짧은 정적이 흐르고… 그분의 대답은 바로 이것이었다.

“제 스타일도 아니시고, 무엇보다 불결해 보이셔서 싫어요.”

이 대답 이후 그분은 휙 지나가셨다.

음…불결하다. 불결하다고… 내 인생에서 처음 듣는 말에 큰 충격이었다. 왜 하필 많고 많은 단어 중에 그 단어일까? 그 질문에 내 모습을 다시 돌아봤더니… 음…충분히 이해했다.

내가 처음 온 감각으로 느꼈던 그 스웨터는 사라지고, 남루하기 짝이 없는, 군데군데 얼룩져있고, 검지와 엄지만으로 잡아야 할 것 같은 괴상한 것만 남아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나는 바로 집으로 달려가 스웨터를 세탁기에 집어 던지고, 온몸 구석구석을 닦아내고야 말았다. 그랬어야 했다. 너무 더러웠으니까…

시간이 많이 흘러 마음의 상처가 많이 아물었을 때, 나는 다시금 그 일을 생각해봤다. 스웨터가 더러워질 동안에는 그 더러움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아름답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큰 충격을 받은 이후 다시 보니, 아름다움의 대상은 그 순간에 추함으로 타락했다. 내 마음이 그렇게 작동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마음에 무엇을 담고 살아갈까? 눈에 무엇을 쓰고 살까? 내 마음에 들면 왜 모든 것이 괜찮아 보이고, 맘에 들지 않으면 그러지 않을까? 모든 사람의 대답은 다 각기 다를 것이지만, 일단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 평생 모르고 살지 않을까?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아이러니. 나에게 지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