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작성하였던 에세이로 현재에는 와 닿지 않거나 공감되지 않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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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육아휴직을 했다가...


이 망할 놈의 코로나가 처음 창궐한 2019년 말~2020년 초, 나는 아내와의 첫째 공동육아를 위해 ‘육아휴직’ 중이었다. 아내는 （복세긋살적인 측면에서） 출산 후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싶어 했고, 나는 호기롭게 “못할 것 없다”고 답했다.（내 무덤을 내가 파...） 그렇게 우리는 퇴원과 동시에 집으로 향했고, 공동육아를 시작해 둘째까지도 같은 방식으로 육아 중이다.
우리의 공동육아에 대한 주위사람들의 반응은 “남편 대단하다.”, “그런 남편 없다.”와 같은 것들이다. 무엇이 그리도 대단한 것일까? 육아와 집안일이 여자에겐 당연한 것인데 남자가 함께 해서일까? 이런 삐뚤어진 시선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마음을 그대로 내비칠 수도 없고, 나를 ‘대단하게’ 보는 시선도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준다는데...”라며 얼버무리곤 했다.（진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
그런데 육아휴직을 준비하며 요즘말로 ‘이거 실화야?’라고 생각 할만 했던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육아휴직 후 복귀하니 책상이 없어졌다’거나, ‘팀장이 다시 일반 사원으로 강등되었다’거나 하는 도시괴담 같던 육아휴직 후기에 대한 실제 기사들 말이다. 그랬다. 육아휴직을 쓴 남편이 ‘대단’했던 것은, 이렇게 불안한 우리나라의 조직생활에서도 가정을 선택한 그 ‘용기’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급여도 줄어들게 되니 육아휴직이라는 결정은 그 책임감과 무게감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실로 대단해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의 업무는 앞서 언급한 불상사들이 발생할만한 환경과는 거리가 조금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 일이다. 바로 전화상담 업무다. 이 업무는 특성상 문의내용에 대해 정확한 매뉴얼을 전달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상담건만 신경 쓰면 되는, 반복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때문에 함께 합을 맞춰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야하는 등의 업무방식에 비해서는 휴직에 대한 부담이 낮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극히 주관적인 해석이자 부분적인 예시입니다. 책임 막중한 업무임에도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불이익 없이도 육아휴직을 허락해준 회사와 이러한 회사에 다닐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찬양과 경배를!）
그런 나도 육아휴직을 썼다가 업무상 큰 변화를 맞은 적이 있었다. 첫째가 6개월에 접어든 시점에 회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내게 복직 가능여부를 물어왔다. 그 이유는 바로 （이놈의 망할）‘코로나’ 때문이었다. 바이러스가 발생한 후, 정부기관에서 만든 코로나 관련 시스템의 상담팀을 단기로 꾸려야하는데 내게 복직하여 그 팀의 ‘팀장’을 맡아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단기 프로젝트 팀이라 하더라도 팀장대우는 확실하게 해준다는 조건이었다. 육아휴직을 썼다가 강등당하거나 자리를 잃는 경우도 많은데 나는 오히려 승진（?）을 경험하게 된 것이었다.
실제로 나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짧지만 팀장을 역임했다. 해당 팀이 해산한 이후 나는 다시 일반 상담사가 되었지만 이 기간 나를 좋게 봐주신 상사 분들께서 내게 여러 좋은 제안들을 해주시기도 했다. 하지만 성질 급한 （부모의 성질이 급했는지, 아이의 성질이 급했는지 모르겠지만） 둘째가 금방 찾아오는 바람에 그 제안을 수락하지는 못하였다.
한편 이러한 현실에서도 생계유지를 위해 직장에서 힘들게 업무를 하고, 퇴근과 동시에 육아출근을 하는 부모들과, 홀로 집안일과 육아를 위해 자신의 사적인 영역을 내려놓고 육아를 감당하는 부모들, 혹은 일하느라 아이를 가까운 친인척 혹은 기관에 맞기며 퇴근 후 날아가듯 자녀에게로 향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깊은 존경과 응원, 감사를 전하며 여러분을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