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저는 꿈인 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칭찬한거에요.. 죽이지 마세요.."

"이제 제법 말을 더듬지 않는구나. 그럼 이제 말하거라. 알바가 뭐지?"


대운은 알바라는 단어에서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를 설명했다. 설명 내내 우이곤은 관심이 없는 듯 침대 위로 올라가 있었지만, 라나의 표정은 누가 봐도 신기해 하고 흥미가 있어 보였다.


"인간은 참 신기하군. 아무런 명령 없이 스스로 노예가 되다니."

"노예는 아니지만.. 뭐, 노예라면 노예겠죠.."

"그럼 네놈은 이제 알바라는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는 것이냐?"

"임무는 아니지만.. 네, 그렇죠."


대운은 라나와 시계를 번갈아 보더니 슬며시 일어나 겉옷을 주워 입었다. 라나의 모양새를 보니 그녀 역시 따라올 생각처럼 보였지만, 우이곤이 눈치를 챘는지 금새 그녀를 설득시켰다. 그렇게 호기심 숙녀와 살인견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와, 알바의 핫플레이스인 편의점에 도착했다. 학생때 편의점 알바 경험이 있었지만 지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몇시간이 지났을까, 벌써 날이 저물고 있었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은 대운을 본 뒤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른 몸매에 예쁘장한 외모의 여자였다. 그녀는 애써 대운을 외면한체,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골라 카운터로 다가왔다. 우물쭈물 계산을 하던 대운은 끝내 입을 열었다.


"미현아.. 잘 지내?"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안부야. 잘 지내니까 신경 쓰지마."

"미안해. 혹시 좀 이따가 시간돼? 나 곧 알바 끝나거든."

"아니. 시간 없어. 빨리 계산이나 해줘."

"... 그럼 내일 저녁은?"

"내일도 없어."


철벽녀도 이런 철벽녀가 없었다. 대운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계산을 하였다. 그녀는 재빠르게 물건을 집어 담아 발걸음을 재촉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대운이 그녀가 문 앞을 나서기 전에 소리쳤다.


"대체 왜! 우리가 왜 헤어져야만 하는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미현은 발을 멈추고 몸을 돌려 대운을 바라봤다.


"이거 끝난 얘기 아니였어? 그만 좀 해. 난 이제 너 따위한테 감정 없어. 네 꼴을 좀 봐. 졸업하고 바뀐 것 하나 없이 겨우 알바 따위나 하고 있는데, 누가 너랑 사귀고 싶겠어?"


그녀의 말에 대운은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전부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딸랑!


"알바 따위라니 무례하군. 알바는 아르바이트의 줄임말. 자신을 희생하여 스스로 노예가 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대운과 미현은 목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 보았고 둘다 말을 잃고 마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말이 지나쳤다. 저놈에게 사과하거라."


그녀는 라나였다. 미현은 어이가 없어 하는 표정을 짓고는 라나의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다.


"참나, 넌 뭔데? 뭔데 참견질인데? 나보다 어려보이는 년이 어디서 주제 파악을 못하고 끼어드니?"

"아,안돼 미현아!! 죄,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대운은 카운터에서 달려 나와 미현이를 가로막았다. 부들부들 떠는 대운 앞에 라나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두 사람을 쳐다 보았다.


"뭐야, 너 왜이래! 비켜! 아는 년이야?"

"시,시끄러! 하지 말아봐!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사랑하는 여자예요.."


차가운 얼굴로 아무말 없이 지켜보던 라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미현은 대운을 밀치고 그녀를 쫓아 나갔지만, 라나는 이미 사라진 뒤 였다. 대운 역시 문 밖으로 나와 미현을 붙잡았다.


"이거 놔, 왜 이래! 뭐야 쟤!!"

"미안해.. 아마.. 모르는게 좋아.."

"하, 어이가 없다 정말. 그래! 내일 마지막으로 만나자. 저 년도 데려와. 안그러면 안 만나줄거야."


미현은 그 말만을 남긴 채 씩씩거리며 걸어갔다.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는 대운의 머릿 속이 꽤나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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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시는 분들이 계신게 확실한건가??
..작가의 머릿 속도 꽤나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