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연상과의 썸. -1편

정확히 언제였고, 내가 몇살 때였는지 언급을 하진 않겠다. 다만 나보다 5살 연상이었던 그녀는 삼십대 초반이었고, 나이에 맞지 않는 귀여운 외모와, 기분좋게 찰랑거리는 갈색 단발이 잘 어울리는 여자였으며, 아침저녁이면 선선한 바람이 기분좋게 콧잔등을 간지르던 때였다.

우리는 술집에서 알게된 사이었다. 나의 폐쇄적이고, 규칙적인 생활패턴이나 성격덕분에 새로운 사람을 사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아무튼 그녀의 하드웨어에 속은 나는 이십 대 초반이나 된 줄 알고 말을 걸었다가 무척 당황을 했었다. 뭐, 그래도 평소에 이성이나 안친한 사람들에게 반말을 하지않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기에 우린 곧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번호를 교환한 후, 다음 만남을 기약했었다.

그러나 술자리에서 맺은 인연이라는게 대개 그렇듯, 화기애애하던 분위기에 냉기가 들어닥치는 데는 딱히（정확히 표현하자면 비참할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그때는 그저 이대로 놓치기가 아쉬워 건내본 퇴근하고 커피나 한 잔 하자는 나의 말에, 그녀가 반응했을 뿐이다. 아니, 어쩌면 심심하다는 그녀의 말에 내가 먼저 반응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데리러 가겠다는 나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기에는 그날따라 그녀의 손에 들린 짐이 너무 많았고, 고마운 그 짐들 덕분에 나는 그녀를 조금 더 오래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평소에 아재취향이라는 욕을 양껏 먹게 만들었던 나의 은색 모하비 또한, 적어도 그날만큼은 제 몫을 다할 수 있었고, 우린 곧 전포동 카페거리에 있는 한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켰다.

"바람도 시원한데, 테라스에서 마시자."
그녀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