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소리

프스스스…… 풀벌레가 무심한 밤의 침묵을 깨트리며 운다. 벌레의 이름이 뭔지는 모른다. 거의 매일 밤이면 그 벌레의 울음소리를 들었지만 아직까지 그 벌레의 모습을 본적은 없었다. 아직까지 본적은 없었다…… 이렇게 적으니까 마치 내가 그 벌레의 모습을 궁금해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난 그 벌레의 모습이 궁금하지도 않았고 굳이 이 침묵을 깨트리면서까지 그 벌레를 찾고 싶지 않았다.
프스스스…… 프스스스…… 프스스스…… 벌레의 울음소리가 연달아 세 번 울린다. 덩달아 그 벌레의 울음소리를 이 노트에 적고 있는 나의 연필소리도 세 번 울린다. 사각사각…… 힘이 들어가 있는 소리다. 오랜 시간 힘이 들어가 있는 글씨를 쓴 덕분에 나의 글씨체는 굵고 각 져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나의 글씨체를 보면 대게 어떤 서류나 중요한 문서를 작성하고 있는 걸로 착각한다. 지금처럼 의미 없는 무언가의 나열일 뿐인데. 아니, 의미가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난 이렇게 아무런 말을 적으면서 계속 노트의 여백을 채워간다. 사각사각……. 0.5미리 샤프심이 노트 위를 춤추는 소리가 어쩐지 정겹게도 느껴진다. 이 글을 쓰며 다시금 그 풀벌레가 울기를 바라지만 벌레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다. 어, 지금 들려온다. 프스스스……
이것 참 특이하네. 들으면 들을수록, 그리고 타이밍도…… 원하는 게 원할 때 이뤄지지 않고 전혀 뜻밖의 상황에 이루어지는 이런 걸 삶이라고 하는 걸까. 아니, 그건 너무 비약적인 생각일까.
프스스스…… 풀벌레는 지치지도 않나보다.

성경은 요 근래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루의 모든 일을 다 끝내고 그것도 모자라 무리해서 할 필요 없는 일까지 해가며 일부러 피로한 몸 상태를 만들어 잠자리에 누워도 그녀는 전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무거운 돌덩이가 머리를 지그시 누르는 것 같아서 그녀는 벌떡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그 덕분이라고 할까, 그녀는 최근 잠이 오지 않는 새벽마다 글을 쓰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 노트나 펼쳐들고, 연필통에서 잡히는 데로 꺼내든 팬으로 글을 썼지만 뭔가 본격적인 취미로 자리 잡은 뒤에는 그가 마음에 드는 노트와 팬을 사 ‘어느 정도’즐기게 되었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노트를 선택할 때 종이의 두께나 질이 아닌 냄새를 중요하게 여겼다. 노트와 냄새가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그녀가 지금 쓰고 있는 노트에서는 은은한 나무냄새랄까, 그녀가 언젠가 맡아본 적이 있는 이름 모를 숲의 냄새가 났다.
물론 잠이 오지 않는 상황 그 자체는 변하는 게 없었다. 분명 고통스러웠고, 다음날을 생각해본다면 껄끄러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 나름의 방법으로 풀어갔다. 그래. 나쁘지 않는 방법이었다.
날이 너무 쨍쨍하네. 눈부셔.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풀벌레 소리가 정겹게만 들려.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변한 걸까. 변해가고 있는 걸까.
그녀의 노트는 이런 글들로 채워졌다. 그녀는 그렇게 글을 쓴 뒤 다음날 펼쳐서 다시 보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은 전날 자신의 노력에 대한 배신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덕분에 그녀가 노트를 펼치는 부분은 강한 연필자국이 가득한 새 패이지 뿐이었고, 그 패이지가 채워지는 과정과 완성 직전의 모습만을 그녀는 볼 수 있었다.
프스스스…… 그녀는 어느 날 풀벌레에 관한 글을 썼다.

이제는 소리만 들어도 알 것 같아. 매일 밤 들려온단 말이야. 어느 날 밤부터. 그래. 잠이 오지 않기 시작한 그 날 밤부터. 프스스스…… 입으로 따라하려고 해봐도 잘 안 돼. 벌레는 꽁무니로 소리를 낸다고 하니까 그 벌레도 마찬가지일까. 아닐지도 몰라. 그 벌레만 특이하게 입으로 울 수도 있어.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무엇보다 그 벌레의 모습을 본적도 없으니까. 감히 벌레라고 단정 짓기 어려울지도 모르지. 아니. 이런 생각은 그만하자. 벌레라고 벌레. 풀벌레. 작고, 검고, 한 쌍의 날개와 세 쌍의 다리를 가지고 있고, 날수도 있고, 못날지도 모르고…… 아, 모르겠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할까. 벌레일지도 모르는 그것은 프스스하며 울고, 난 그 소리를 듣고…… 그거면 된 게 아닐까. 그거면 그 가치가 온전히 채워지고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걸지도 몰라. 한 존재의 가치를 울음소리만으로 한정짓는 사고가 과연 올바른 사고일까. 너무 편협한건 아닐까. 하지만 이런 이기심도 없이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어. 이제까지 양보하기만 하며 살아왔잖아. 이 한번쯤은, 적어도 이 한번쯤은 나의 마음대로 상상하고 싶어. 그럴 수는 없을까? 한 번만 이기적일 수는 없는 걸까?

그날도 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못했다고 해야 하나, 스스로 잠자기를 거부했다고 해야 하나, 그녀는 글을 쓰며 생각해본다. 오늘 쓴 글의 분량은 노트 1장하고도 반이 조금 넘는 정도. 하루가 지날수록 쓰는 글의 분량이 많아지고 있다며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아무런 글을 쓰는 주제에, 아니, 오히려 아무런 글을 쓰기 때문에 그녀가 쓰는 글의 분량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노트를 덮는다. 그러고는 살구색 노트의 표지 위에 sleep이라고 작게 영어로 적어 넣는다. 알고 있어. 이정도로 잠이 오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다가가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슬쩍 시계를 쳐다본다. 2시. 잘 시간을 한참이나 넘긴, 늦었다면 지독하도록 늦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이불보를 턱 밑까지 덮어쓴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양을 새기 시작한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자기 몸만한 담장을 잘도 넘는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녀는 실제로 동물이 담장을 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그것은 그녀가 어릴 때의 기억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뭔가 흐릿하고 중간 중간 끊겨있었기 때문에 확신이나 정확성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는 분명 자신은 그런 풍경을 본적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목장이었다. 주변은 탁 트인 벌판이었고, 저 너머 봉긋하게 오른 산봉우리들이 보였다. 마치 만화 ‘알프스소녀 하이디’에 나오는 풍경 같다고, 어릴 적의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가 본 ‘담장을 넘는 동물’은 산양이었다. 머리에 혹 같은 작은 뿔이 한 쌍 나있었고 털은 양처럼 풍성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온 몸을 덮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런 산양이 나무담장 앞에서 엉덩이를 뒤로 빼며 점프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리는 땅에 단단히 고정된 체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그녀는 양의 측면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산양의 정면은 보이지 않았다. 산양의 일자 눈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그녀는 뭔가 아쉬움을 느낀다.
산양의 몸이 가볍게 공중으로 떠오른다. 네 개의 다리는 마치 승마를 할 때의 말처럼 쭉 뻗어있었고, 머리는 앞으로 쭉 내밀고 있었다. 산양은 담장보다 훨씬 더 높게 떠있었다. 산양의 몸통이 정상을 찍은 후, 다시 담장 너머 초목 아래로 천천히 떨어진다. 담장을 완벽하게 넘은 산양은 담장 너머 바로 앞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어 먹는다. 그런 기억이었다.

지금 와서 이런 생각이 나는 이유가 뭘까. 산양이라니. 담장을 넘는다니. 그런 게 지금 와서 무슨 의미와 뜻을 줄 수 있는 걸까. 그때 산양이 멋지긴 했어. 아름다워 보였고……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산양이라니.
산양이란 건 어쩌면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몰라. 산양보다는 어릴 때, 그때의 기억 이란 게 중요한 걸지도 몰라. 그때 그 목장은 엄마와 함께한 첫 외출이었어. 여름 치고도 무서울 정도로 더운 무더위가 몰아치는 날이었지만, 우리 가족은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그래.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이제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걸까.
프스스스…… 또 울려오네. 풀벌레, 울음소리. 왜 찌르르르도 아니고 땡강땡강도 아니고 프스스스일까. 저런 울음소리에도 이유가 있기는 한 걸까. 이유를 찾을 수는 있을까. 못 찾으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 게 아닐까.
프스스스…… 그래. 넌 계속 그렇게 울어. 넌 계속 그렇게 울고, 난 그런 너의 울음소리를 이렇게 노트에 옮겨 적을게. 불면증이 계속되는 그날까지. 어쩌면 영원한 잠을 이루게 되는 그날까지.

끓인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설렁탕은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건 그녀와 상주의 역할을 하고 있는 그녀의 동생뿐이었다. 엄마가 이렇게 인덕이 없는 사람이었나, 그녀는 생각했다.
동생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동생은 못 본 사이에 더 늙어버린 듯 했다. 동생의 눈에도 그녀 역시 그렇게 보일 거였다. 그녀를 바라보는 동생의 눈에는 헤아리기 어려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동생은 그녀의 앞에서 소주 한 병을 천천히 마셨다.
누나도 한잔 해.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정말.
그는 소주 한 병을 더 마셨다.
누나.
왜.
……아니야.
말해. 괜찮아.
엄마는 사고인거지?
그러면.
그러면 이라니……
사고였어.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동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 그녀는 설렁탕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멍하니 동생을 쳐다보았다.

엄마의 부음을 듣는 순간 그녀는 자살임을 짐작했다. 엄마는 한밤중에 술을 먹고 도로를 건너던 중 코너를 돌던 트럭에 치였다. 급격하게 도로가 바뀌는 커브길 이었고 엄마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매년 고모할머니 묘에 제사를 지내러 가던 엄마였다. 술을 마신다고 해도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고, 폭음을 한다해도 그렇게 무방비하게 도로를 건너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엄마가 자살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건 언젠간 모두가 알게 될 거라는 뜻이니까.
하지만 그 사실을 동생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언젠간 알게 되겠지만, 그래도 말하지 않았다.

어떤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나이 서른에 첫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크도록 아이에겐 아버지가 없었다. 여자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에게는 아버지가 없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그 아이 뿐만이 아니었다. 여자에겐 언제나 자신을 고모라 부르길 강요받는 한 아이가 더 있었다. 여자를 고모라 부르는 아이는 딸이었고, 여자가 낳은,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는 아들이었다.
엄마는 미혼모였고 나는 입양아였다는 말을 난 이렇게 복잡하게 풀어 적었다. 엄마는 나에게 언제나 자신을 고모라 부르라고 말했다. 그 요구는 동생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내가 입양아라는 사실이 엄마에겐 그렇게 부끄럽고 부담스러운 일이었을까.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동생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내가 자신의 친누나가 아니라는 사실도, 내가 밖에서는 엄마를 고모라고 부르던 사실도, 사실은 그 누구보다 엄마를 미워했던 사람은 그녀 자신이이라는 사실까지, 동생은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조심스러웠다. 동생은 엄마를 사랑했고, 엄마는 동생을 사랑했다. 엄마가 나를 사랑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사랑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동생만큼은 아니겠지.

그녀는 엄마를 용서할 수 없었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인 게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엄마를 용서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입양아인 게 어때서. 그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인가. 처녀의 젖가슴에서 젖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아닌데. 그래놓고 결국 미혼모로 남아서 죽어버린, 자살해버린 엄마.
난 엄마를 사랑했을까. 그녀는 생각했다. 자신을 엄마라 부르지 못하게 한 엄마를 난 과연 사랑했을까. 사랑할 수 있었을까. 아니야. 난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어. 누구보다 미워했지. 누구보다 미워했기에 난 엄마가 언제나 안쓰럽고 불안정한 존재로만 보였어. 한 사람을 극토록 미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누구보다 관심을 쏟았다는 말이 되기도 하니까. 불쌍한 엄마. 안쓰러운 엄마. 나쁜 엄마. 그래도……
이제는 모르겠어.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어쩌면 난 정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만을 반복하는 바보일지도 몰라. 그런 질문이 머릿속에서 맴돌다가 입을 통해 나오면 허공을 맴돌며 천장에 부딪혀 사라지거나, 다시는 읽히지 않을 노트 위에 마치 물감처럼 흩뿌려 지는 거겠지.
난 이기적이야. 이기적인 사람. 사실은 말하지 않고 있지만 원하는 게 한없이 많고 그것들을 다 가지려다 결국은 놓쳐버리는 바보 같은 사람이기도 하지. 하지만……

산양은 아름답게 담장을 넘었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담장은 내 앞에 우두커니 서서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녀는 노트를 덮었다. 그러고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형광등이 미세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오늘은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그녀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주변이 침묵을 이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열어둔 창문 넘어 여러 소리가 방 안으로 넘어 들어왔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오가는 차들의 소리, 고성방가, 음악. 그녀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sleep이라고 적힌 노트의 앞면이 보인다. 그녀는 휘리릭 노트의 패이지를 넘기면서 이제까지 자신이 쓴 글의 분량을 보다가 생각보다 많이 썼다는 것을 느끼며 놀란다. 생각해보니까 한 달을 훨씬 넘긴 기간이었다. 그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써왔으니까, 이정도의 분량이 놀라운 건 아니었다. 한 달…… 엄마의 장례를 치른 지도 그쯤이 지났지. 그녀는 생각했다.
프스스스…… 풀벌레가 울어주지 않을까. 그녀는 입으로 벌레의 울음소리를 흉내 냈다. 울어주지 않을까. 울어줄 순 없을까. 울어줘, 제발. 그녀는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녀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동생은 그래도 전화를 받았다. 잠에 취해 있다가 방금 정신을 차린 목소리로 동생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이 시간에 잠도 자지 않고 뭐하는 거냐는 말도 덧붙였다.
주형아.
왜 누나.
……엄마는 감성적인 사람이었어.
그랬지.
그래서 죽은 거야.
뭐?
감성적이었기 때문에.
……
주형아.
응.
난 죽지 않을 거야.
누나는 죽지 않을 거야……
그래. 난 죽지 않을 거야.
수화기 넘어 침묵이 이어진다. 한동안 그렇게 침묵이 이어지다, 동생이 마른침을 한번 삼키며 말한다.
누나.
응.
엄마가 보고 싶어.
동생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온다. 아직도 잠에서 덜 깨어난 건지 침침하게 잠긴 동생의 목소리가 어쩐지 이질적이게 들린다.
그녀는 자신도 듣지 못할 만큼 작게, 그래도 확실하게 다물었던 입술을 때며 동생에게 답한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