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야, 윤서야."

이 소리는 그 놈이다. 아.. 뭐지.. 황급히 방 밖으로 나왔다. 엄마가 걱정스럽다는듯이 물었다.

"밖에 누구니? 형준이니?"

형준이는 남자 1호다.

"아몰라. 잠시만 나갔다올게."


밖에 나가니 그 놈이 말끔히 차려있고 서있었다. 날보자 씨익 웃는거였다.

"이 시간에 여기에 어떻게 있는거야."
"휴가썼지. 오 그래도 양심은 있네. 실연의 아픔이 크긴 큰가봐? 완전 쓰레기는 아니네."
"뭐야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궁금하냐? 밥이나 먹자. 먹으면서 알려줄게."
"아 장난치지마라. 나 심각하다.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 날 남자 1호 만났어."


이 새끼는 정말 미친놈이다.

"만나서 뭘 했는데?"
"여기까지. 궁금하면 따라오던가."


아.. 진짜 싫다. 뭐가 어디서부터 꼬인지 모르겠다. 어쩔수 없이 그 자식을 따라 동네 순대국집에 들어갔다. 국밥과 소주를 시키더라고.


"난 술 안 마셔."
"응 나 먹을거야."
"됐고 남자 1호를 니가 왜 만나."
"그렇게 됐어. 니랑 헤어지고 가는데 남자 1호가 날 지나가더라고."
"니 남자 1호 얼굴 모르잖아."
"저번에 사진 보여줬잖아. 내가 눈썰미가 좀 있지."
"그래도 그 새벽에 지나치는거로 어떻게 알아."
"그냥 지나치는줄 알았지. 그런데 지나치면서 남자 1호 전화하는 내용이 들리더라. 딱 니 이야기여서 직감했지. 그래서 몰래 뒤에 숨어서 전화 엿들었어."
"아 진짜 넌.... 너 개또라이 아니냐?"
"알고 있었던 거 아니냐?"
"아그래. 근데 남자 1호하고 만났다는건 뭐냐?"
"전화 끊고나서 내가 말걸었어."
"아..... 너 시발 병신이냐? 말을 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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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헤어진 남자한테 그것도 바람핀 남자로서 나타날만큼 무모한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난 싸움도 못한다고. 전화를 엿들은 것까지는 맞는데 그 뒤에는 거짓말좀 쳤다. 그 날 이후로 윤서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나름 충격을 많이 받았나보다. 하긴 나도 통화를 엿들으면서 충격이었다. 남자 2호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1년동안 그 주위를 맴돌았다니..



정확히 5년 전이었다. 전 여친이었던 여자 2호와 거의 정확히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감 오늘도 밤새?"
"응 대학와서 첫 시험인데 잘보고 싶어."
"너무 열심히 하지는 마~ 그러다가 몸 상하겠다."

그날도 대학에서 밤을 샌다는 당시 여자친구 그리고 지금은 여자 2호를 위해 난 몰래 새벽에 그녀의 학교를 찾아갔었다. 그리고 도서관을 가서 다시 그녀에게 문자를 했다.

[감~ 힘내!! 홧팅 지금두 공부중이야?]
[응응!!! 힘들다ㅠ_ㅠ 언능자!!]

전화를 할까하다 몰래 그녀에게 다가갈려고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새벽이라 학생증이 없어도 몰래 뛰어 넘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여자 2호 감을 찾아다녔다. 새벽이라 그런지 금방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어떤 개새끼랑 다정히 공부를 하고 있던 여자 2호 감을. 한 시간을 지켜봤는데 손까지 잡고 아주 지랄을 하더라고. 피가 거꾸로 솟고 가서 둘 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한 시간 뒤 다시 문자를 보냈다.

[오늘 거기서 자?]
[응? 웅아 안잤어? 휴게실에서 잘거야.]

그 개새끼 옆에서 아주 능청스럽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그 개새끼는 여자 2호가 양다리를 걸치는걸 알지는 모르는 눈치였다.


도서관에서 나와 그 앞 벤치에 앉았다. 시발 때마침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처량했다. 아침 해가 뜰 무렵 여자 2호 감에게 전화했다. 그러나 여자 2호는 받지 않았다. 한 10통은 걸었을거다. 끝내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일부로 비를 맞으며 존나 슬픈 노래를 들으며 터벅터벅 걸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헤어져. 다봤다.]


짤막한 문자를 하나 보내놨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에서 괴성을 질렀다. 물론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골목에서만.

한숨자고 일어나니 오후였다. 일부로 핸드폰은 꺼두었었다. 폰을 키니 여자 2호 감한테 엄청나게 많은 문자가 와이었다. 그래서 전화를 했다. 여자 2호 감이 받았다.


"난 너와 그 아이 사이에서 고민한 게 아니야. 너와 앞으로 만날지도 모르는 모든 남자들을 고민한거야."


지금도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 리얼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잊지를 못해. 그 때 이렇게 대답했다.


"개소리마. 헤어지자. 연락하지마라."


그리고 폰을 껐다. 그리고 한 시간마다 켜서 그녀의 문자가 왔는지 확인하고 안 왔길래 다시 끄고 다시 켜서 확인하고 다시 끄고. 그런데 그 뒤로 문자 안 오드라 ㅋㅋㅋㅋㅋㅋㅋㅋ아시발ㅋㅋㅋㅋㅋㅋ


여자 2호 감. 전 여자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