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어."
"왜?"
"신기해서. 나 지금 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오네."
"아 더러우니까 그런 말하지마."
"진짜야. 진짜 니 생각하고 있었어."


며칠전 새벽 늦게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그 때 우리는 섹스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그런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통화내내 꼴려있었다구. 그 때를 생각하면서 딸을 치고 있었는데 전화가 온 거였다.


"내 이야기좀 들어봐봐."
"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 1호와 헤어져야겠어."
"왜 섹스를 못해서?" ㅋㅋㅋㅋ
"아 좀."
"왜 섹스 드럽게 못한다매."
"못하긴하지."
"그런데 나도 섹스 못하는데.. 그럼 여자들이 많이 싫어하냐?"
"일단 그 전에 넌 얼굴부터가 에러야. 불은 끄고해라."
"지는. 넌 가슴도 없잖아."
"아 있거든? 벗어보면 그래도 나올 땐 나왔다."
"배?"
"뒤질래?"


그녀에게서 남자 1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같이 남자 1호를 얕보는 쾌감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여자와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잡미묘한 감정이 든다. 그녀와 이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2시간이 너무나도 훌쩍 지나가 버리는데 아마 이 이야기에 깊게 공감을 하고 있어서는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어쩌면 누구보다 그녀에게 이 이야기에 호응을 잘해주는 사람일테다. 왜냐하면 그녀를 너무 잘 아니까. 그리고 남자 1호에 대해서도..


"그러고보면 옛날 내 여자친구도 나보고 섹스 존나 못한다고 했었어."
"와 자기 애인한테 그렇게 말하기 힘든데. 많이도 못했나봐."
"응. 내가 좀 못해."
"왜? 스킬이 없냐. 아님 신체의 문제냐?"
"고추가 작냐고?"
"아 더러워. 좀 돌려말하면 너도 돌려서좀 말해."
"부끄럽냐?"
"아니 그건 아닌데. 더럽다."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뭔데?"
"경험해볼래?"
"니 자꾸 은근슬쩍 그런말 할래?"
"알았어. 안 할게."


그녀를 안지 벌써 5년이 넘었다. 이런 대화를 한 지는 한 1년 됐나? 이런 여자가 있다는 것이 좋기도 하고, 언제까지나 이런 관계가 유지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녀는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웅트래쉬에 대해 그녀에게 설명했었는데 사실 이런 생각을 하다된대에는 그녀 탓이 컷다. 그녀와 지내고 있노라면 여자친구까지는 아니지만（특히 아직 몸을 섞은 것은 아니니까） 연애감정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여자가 몇 명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러다가 웅트래쉬가 시작된 것이었다.


아직도 그녀에게 그녀가 여자 1호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면 그녀는 본인이 여자 1호라는 것을 웅트래쉬를 말하자마자 본능적으로 알았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