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사람 중에

얼굴도 그 정도면 잘 생겼고,
성격? 좋다.
능력도 어느정도 있고,


그 사람의 여자친구 사진을 봤다.
이뻤다.


둘은 참 잘 어울렸다.


그래서
슬펐다.


왜냐하면 나는 못 생겼고, 성격도 그리 좋지 않고, 능력도 별로 없었으니까.
다른 말로 그런 이쁜 여자 친구는 사귈 수 없다는 이야기니까.



---------------------------------
남자 1호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를 처음 만난 건 회사였다.
밋밋한 외모에 순박해 보이지만 아저씨가 티가 나는 그였다.
사실 그에게 첫눈에 반하거나 막 끌린 것은 아니다.
다만
다만 그냥 나한테 잘하는거였다.
그래서 나도 조금 친절하게 대한 거였지.


어쩌다보니 그와 가까워졌다. 그는 참 친절했다.
외모도, 성격도, 능력도,
훌륭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괜찮았다.

어느 순간 그가 좋았다.
그도 나를 좋아하는게 보였다.
그러다가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처음 그와 여행을 떠난 그 날이 생각이 난다.
나는
회사에 짜증이 났다.
회사에서 막내였던 나는
온갖 잡일을 다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너무 나를 막 대했다.
힘들었지만
항상 웃으며 그들을 상대했다.
그 와중에 그의 존재는
그의 다정다감한 다가옴은
사막 속의 오아시스였다.


그 날은 회사 부장의 꼬장이 극에 달한 날이었다.
더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그래서 도망을 쳤다.
그리고 그에게 문자를 날렸다.


[나 너무 힘들어.]


설마설마했다.
그는 그 때 참 멋져 보였다.

[가자]
[응?]
[떠나자고]

우리는 그렇게 일주일동안 무단결근을 하였다.
처음 그와 몸을 섞은 것도 그 때였다.
그와 함께 했던 일주일은
행복했다.
-------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잘난 것은 없지만 참 나를 아껴주었다.
그래서 그가 좋았다.


안다.
그보다 잘난 남자는 많고 많다.

하지만 나를 이렇게 좋아해주는 남자는
그가 최고일지 모른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그에게
큰 사랑을 느끼는 것도
큰 설렘을 느끼는 것도
아니지만
그가 좋았다.
그도 나를 좋아했다.


그러다가 남자 2호를 만나게 되었다.


-----------


남자 2호를 만난 건 친구들과의 술자리였다. 친구의 아는 남자애였는데 깔끔한 첫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며칠이 지나 친구에게서 남자 2호가 날 괜찮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


'풋 이 놈의 인기는.'

아직 난 죽지 않았다. 친구는 남자 2호가 공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번 데이트나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난 그랬지.

"야 내 남친은 어쩌구.."
"뭐어때. 그냥 만나나봐."


남자 1호는 나보다 7살이 많은 아저씨.
남자 2호는 1살 많은 오빠.

남자 1호는 능력없는 남자.
남자 2호는 공기업.


더군다나 남자 1호가 슬슬 지겨워지고 있었다. 딱히 그와 결혼을 생각하지도 않았고, 아직 난 어린데 그 남자한테만 얽매이는 것도 생각해보니까 짜증이 났다. 그래서 친구 말 말따라 남자 2호를 그냥 만나만 보기로했다.


남자 2호와 단둘이 만난 첫 데이트 장소는 어느 근사한 레스토랑이었다. 나름 준비를 많이한 모양이었지만 서툴렀다. 여자 경험이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친구한테도 들었고, 뻔히 나한테 호감을 가진 것이 보이는데 표현을 참 못했다. 답답해가지고 먼저 말을 꺼냈다.


"은재씨는 어떤 여자가 좋아요?"
"어.. 키작구 귀엽고.. 활발하고.. 어.."
"어 그거 난데?"

남자 2호는 잠시 망설이더니
"네! 저 윤서씨가 좋아요."


설마했다. 이런 뻔한 대답유도에 넘어올줄이야.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남자 2호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깔끔한 외모에 적당한 키, 깨끗해 보인다고 해야되나. 성실해보인다. 공기업에 다닌다는 것 때문에 선입견이 생겨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래저래 괜찮은 남자같다. 그리고 여자 경험이 적어 보이는 것도 플러스였다.


그렇지만 난 이미 남자 1호를 사귀고 있었다. 남자 2호와 첫 번째 데이트를 한 후 며칠동안 계속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두 남자를 비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남자 2호의 승이었다. 하지만 남자 1호와 함께한 3년의 시간이 날 붙잡았다. 특히 일주일동안 무단결근을 하고 떠났던 여행이 떠올라 더욱 그를 버릴순 없었다. 알게 모르게 시간의 양만큼 많은 추억이 쌓여져있었다. 그와중에 남자 2호의 대쉬는 계속되고 있었다.
또 내가 좀 받아주니까 그 강도는 점점 대담해지고 있었다.


"윤서씨."
"네."

"우리 사귀죠?"
"무슨 남자가 고백을 그렇게 멋없이해요?"
"내가 고백한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래요. 나 윤서씨 처음 봤을 때 첫눈에 반했어요. 계속 윤서씨가 떠올라서 잊을 수가 없어요. 사귀어줘요."


그렇게 난 남자 1호와 남자 2호를 양다리로 걸치고 말았다. 내가 꼭 그렇게 나쁜 년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