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잤다]

그 놈한테 메세지가 왔다.

[멀 자]
[잤다고 걔랑, 여자 4호]
[여자 4호?]
[니 닮았다는 애있잖아]
[아 더럽다. 나 닮았다고 하지마 더러우니까]


술을 마시던 그 날 그 놈은 넌지시 말을 했었다. 앞으로 자기는 여러 여자와 사귀지는 않으면서 연애 감정만 느낄거라고. 그 놈 능력이나 외모로 봐선 택도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음.. 조금은 캐릭터가 매력적인 부분도 있긴 했지만. 막상 잤다는 말을 들으니까 더럽고, 짜증난다. 


[지도 남자 둘 놓고 사귀면서]
[아 됐어. ㅡㅡ 더러워]
[밤새고 피곤해서 그냥 올라왔어]
[어딘데?]
[속초까지 와버렸다ㅋㅋㅋㅋ 대구에서 올라오는데 잠을 하나도 못 자서 계속 잤거든, 근데 아무리가도 버스가 스질 않는거다]
[그래서]
[한참 자다가 정신차리고 보니까 강릉은 이미 지났고 속초까지 올라왔지 뭐냐]
[바보네]
[또 오빠가 속초에 스토리가 있는데]
[안 궁금하다 말하지마라]
[어-_-]


요즘도 남자 1호와는 마치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처럼 매일 의무적으로 1번 통화하는게 전부다. 마음 속으론 헤어지자고 말하고 싶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저께 남자 1호는 전화상으로 이런 말을 했다.

"요즘 너무 바빠서 널 못 보네... 미안하다..."
"아니야.."


그도
나도 
안다.


다만 말하지 못할 뿐이다. 그도 나도 용기가 없다. 단지 미안해서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다. 4년이란 시간이 억지로 이별을 막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헤어져야 하고, 이미 헤어진 상태인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 삼사일에 한 번 꼴로 이 놈한테 오는 연락은 묘한 설레임이 있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태반은 다른 여자들 이야기지만, 들어줄만하다. 물론 질투 따위는 전혀 나지 않는다. 이 놈과 사귈 마음은 조금도 없으니까. 지금도 벅차다.

[아 회식가기 싫다]
[지부장이랑 그 언니랑 셋이 하는거 아니야?]
[아냐 회식은 근처 사업소까지 다 모여서 해]
[ㅋㅋㅋ 그럼 아저씨들만 있는 거 아니냐]
[맞아ㅋㅋ 아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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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술먹다가 나와서 손잡은 것이 전부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녀에게 잤다고 거짓말을 했다. 남자친구가 둘이나 있는 그녀에 대한 미묘한 괴롭힘이라고 해야되나. 아니면 훗날 그녀와 자기 위한 복선일지도. 


그녀에게 니가 여자 1호라고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윤서야."
"이름 부르지마라."
"윤서야~"
"하지 말라고 하면 꼭 더하지."
"웅트래쉬 프로젝트를 시행하고자 한다."
"웅트래쉬? 트래쉬? 쓰레기?"
"웅. 쓰레기."
"어울리네."
"죽을래?"
"웅트래쉬가 뭔데?"

"여자를 5명을 만나는 거야. 사귀지는 않고 한 달에 한 번정도 만나는 사이? 가벼운 스킨쉽과 술 한 잔 할 수 있는 정도로만? 처음에 5명을 구하고 그 뒤로 다른 여자가 구해지면 5명 중에 젤 못생긴 애 빼고 새로 넣는거지. 어떠냐?"
"미쳤냐?"
"아 왜. 이렇게라도 연애감정을 해소해야 겠다."
"웅아."
"이름 부르지마라."
"알았어 미친놈아. 왜 그러고 사냐?"


그녀에게 설명을 했지만 절대 그녀가 1호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4호까지는 구했고, 5호를 구하는 중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반은 진담이기도 하지. 그녀를 포함하여 여자 4호까지 구한 것은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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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친놈의 계획을 들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놈이나 나나 비슷하다는 걸.

능력이 없든 마음이 없든 여자친구를 못 사귀고 저 쓰레기 짓을 하는 저 놈이나 

어쩌다보니 남자 둘과 연애를 하게 되었는데... 남자 1호는.. 그리고 남자 2호는.. 음.. 그리고 지금 저 놈이랑 계속 말을 이어간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