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나로만 이루어진 세상에서 있던 적이 있나요?

외로운 일이지만, 아마 대부분은 한번쯤 가끔 바라는 세상이지요.

요즘은 추운것이 좀 사그라 들었지요.

아마 눈보다는 비가오는 날일겁니다. 두개가 뒤섞여 내리는 날일 수도 있고요.

간혹 그런생각이 들어요, 이 쳇바퀴같이 구르는 일상에 특별한 일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요.

오로지 참으로만 이루어진 세상 속에서 누구나 거짓 하나쯤은 가지고 싶잖아요?

그런 날들 중 하나였을거에요.

날씨는 오늘처럼, 눈이올 날씨는 아니지만 쌀쌀한, 비가 내리는 밤이요.

나는 그런날이면 조용히 비닐 우산을 들고 밖을 나서곤 합니다.

조용히 인적드문 공원으로 걸어가면, 자동차 소리, 사람 소리...페이드 아웃되는 저예산 영화 같아요.

고요한 빗소리가 평소 시끄럽던 것들을 짓눌러 주고 나면 이 세상에 나만 남겨진 느낌을 받아요.

아무도 없는 거리에, 찰박이는 내 발걸음 소리.

맑은 아스팔트에 바지에 빗물이 조금 튀는 것만 빼면, 더할 나위 없는 나만의 세계.

나는 그 빗소리를 즐기고는 합니다.

가만히 서있을때 조금씩 나는 물먹은 흙냄새, 흔들리는 가로수 조명,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가끔 맨살에 튀겨 내 존재를 일깨우는 방울,ㅡ 나로만 이루어진 장면에 있는듯 해요.

수많은 조그마한 웅덩이도 도시의 불빛이 비추면

꼭 내가 은하수 위에있는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수히 반짝이는 빛 위에서 나는 가끔

나를 잊어버리기도 하니 꼭 붙잡아주세요.

나는 빗물에 찰박이는 아스팔트가 좋습니다.

한 발 내딛는 걸음 사이마다 흐르는 내 눈물 소리를 감추기 쉽기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