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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0일 목요일









"와! 개이득! 돈 제대로 벌었네!? 하하하"


미X 씨X 개X로 새X가

다 부서진 탓에

붕대로 칭칭 감아놓은 왼발에 낙서를 하며

크게 웃어 제꼈다.

범퍼와 오토바이에 끼어 개작살이 나버린 탓에

철심을 박았다고 했는데..

진통제 약발이 제대로 먹히는 체질인지

고통은 커녕, 아무 느낌도 안나는게

다 풀고 나서도 못 쓰는건 아닌지

은근 걱정이 밀려왔지만, 빈손으로 문병온

두 녀석은 태연하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나의 화를 돋구고만 있었는데

요상한 꽃 그림을 그리던 영준이 대뜸

나를 바라보며 슬쩍 웃더니 말했다.


"슬슬 오토바이도 지겨워 질라 했는데, 네 덕에 오토바이 값 제대로 보상받것다. 내가 쏠게! 술 한잔 콜?"

"뭔 술이여. 점마 얼굴에 피딱지도 아직 안떨어졌다. 미친놈아!"

"그럼 고기만 먹으면 되지. 야! 콜?"


쪽팔려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고 있는덕에

진짜 내가 멀쩡한지 아는 듯 했다.

다리가 끼인채 상대방 차량 보닛에 대가리를

처박아, 입 안은 다 터져버렸고

그 때문에 목도 심하게 충격을 박아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는데.. 이 꼬라지를 하고 있는 사람한테

고기를 먹자니… 이 새끼의 정신 상태가 심히 궁금해

열어보고 싶어 손을 까딱 거리며 가까이

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흐흐흐.. 너 같으면 가겠냐. 다리병신아. 하하핰"


끄응.. 다 나으면 어떻게 감당하려 저럴까..

훗날 어떻게 복수를 해야, 잘 했다고

널리널리 소문이 퍼질까. 고민했지만

이 고민은 오래가지 못하고 끊기고 말았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며 조선소 복장을 한 사람들이

몰려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아, 물론 고등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 답게

양손 가득 선물들을 들고서 말이다.

밝은 표정을 지으며 들어오는 사람들의

이름표를 빠르게 훑은 나는 넉살좋게 인사를

건내며 사람들을 반겼다.


"어어? 어서오세요. 반장님! 어? 삼촌도 오셨어요? 하하하.. 안녕하세요!"


뜬금없는 사람들의 등장에 같이 인사를 건내던

건우가 울리지도 않은 휴대폰을 귓가에 대고

전화를 받는척 밖으로 나가버렸다.

내가 입원해 버린 탓에 반장에게 욕을 하도 처먹어

얼굴만 봐도 오금이 지린대나, 어쩐대나.. 하하

건우가 밖으로 나가자

반장은 그 이유를 뻔히 알게 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 옆 병상에 앉았다.

나는 어떤 구박을 받게 될까 내심 긴장하고 있는데

내 우려와는 달리 반장이 심히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괜찮냐며 말을 걸어왔다.


"몸은 좀 어때? 그 놈. 음주였다며? 미친놈이.. 성실한 청년을 병신을 만들어 놓고.. 어휴. 아직 문병도 안왔대냐?"


음? 구박부터 할 줄 알았건만..

예상치 못한 반장의 반응에

퇴로가 막혀 미처 건우를 따라가지 못한

영준의 표정도 이상야릇 하게 구겨졌다.

내가 언제부터 '성실한 청년'의 타이틀을 얻게

된건지 싶어 의아해 하고 있었는데..

참! 다운과 있었던 일들 덕분에 그가 이런

행동을 보여주는 거구나, 깨달았다.


"아.. 예. 아침에 마신게 아니고, 새벽까지 퍼질러 마신건 가보더라고요… 그 왜.. 물량1팀 에서 하시는 분인데.. 영준이는 오고가다 얼굴도 몇번 봤다는데.. 그 이름이 김세종.."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삼촌이 깜짝놀라며 되물었다.


"엉? 그 양반이였나? 니캉 사고난게?"

"아! 네. 보셨어요?"

"봤제. 보고말고, 키 크고 덩치 산만한 놈? 시커매가꼬 매부리코? 맨날 점심때 족구하는놈?"


끄응.. 그렇게 물어봐야 낸들 아나…

어제 본 간호사들 얼굴도 하나도 기억안나는데…

내가 곤란해 하고 있는걸 눈치 챘는지

영준이 재빠르게 내 대신 답변했다.


"네. 맞아요. 눈 옆에 시커먼 점 있는 그 사람."


이야기 한번 안 해봤더더니 눈 옆에 점있는건

어찌 봤대?

중증의 안면인식장애 를 가지고 있는

나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이였기에

영준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문병온 삼촌들은 서로 물량1팀 김세종씨

이야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수다를

나누기 시작했다.

헌데 반장은 그런 잡담은 관심이 없는지

계속해 걱정하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보다

무엇인가 생각 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며

내게 물었다.


"참!! 너 다운양 한테는 사고났다고 말도 안했어?"

"헉!!"


다운의 이름이 반장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놀라 신음을 터트리는 영준이였다.

아직 그날 있었던 일을 말해주지 못한 탓에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였다.

다행히 반장은 영준의 그런 반응에 별다른

의구심을 느끼지 못했는지 내 대답을

멀뚱멀뚱 기다리고 있었다.


"아… 네. 그 걱정할까봐.. 말 안했어요."


아기들도 밥도 손수 먹여주고 놀아주고

집청소도 도와주고 아내와의 관겨에 대한

조언도 해주더니, 점수 하나는 제대로 딴 모양이다.

비록 기억속의 얼굴은 희미한 안개속에 가리운 듯

완벽한 형체를 유지하기도 전에 흩어져

기억조차 나지 않았지만,

좋았다.

그녀의 이름을 머리속에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기뻣다.

지금이라도 연락하면

입원 했다는 핑계로 얼굴한번 더 볼 수 있을까?

그렇게 가버렸으니,

그렇게 보내 버렸으니,

아무래도 힘들겠지..

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을

생각하다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으니

갑자기 엄지 손톱을 깨물더니 나를

향해 자책하며 말하는 반장이였다.


"그..랬구나. 그래 웬지… 내가 오늘 병문안 갈거라고 뭐 필요한거 없느냐고 물어보니까.. 대뜸 전화를 해선 묻더라고, 이게 뭔 말이냐고.. 으극.."

"헐… 그래서요?"

"뭘 그래서냐. 다 말했지. 월요일에 교통사고 나서 다리도 부서지고 머리도 깨졌는갑다. 다 이야기 해줬지."


아.… 젠장!!

반장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른 난

참을 수가 없었던 탓에 소리를 내질렀다.


"아! 왜요!!! 아.… 아..왜…"


내 이런 모습을 처음본 탓인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삼촌들이

놀란 표정을 하고 나를 쳐다봤지만

좀처럼 화를 가라 앉힐 수 없었다.

영준도 반장에게 대든 나를 진정시키려고

일어서선 내게 참으라며 작게 속삭였다.

젠장...

다 끝난 마당에 반장이 전화해서 그런말을 했으니

제 탓을 곧잘하던 다운이 죄책감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을 질끈 감아버릴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이 상태로 흐르고,

반장은 자신이 큰 실수라도 한 양 미안해하며

몸 관리 잘하고 푹 쉬란

말을 남기고 삼촌들을 이끈채

병실을 나섰지만...

난 좀처럼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리고 한 이분이나 흘렀을까…?

반장 일행을 배웅 나갔다가 들어온 영준이

나를 흔들어 깨우며 물었다.


"뭔데? 반장이 그 여자 어떻게 알어? 전화번호도 아는갑네?"


그래서 난, 그녀와 있었던 일들을 모조리

말해주었는데.. 내 말을 다 들은 영준이

한참을 생각하다, 뭔가 이상하다며 되물었다.


"아니, 근데 모텔도 자기가 끌고 들어가고? 반장 집도 자기가 가자고 하고? 그래놓곤 왜 마지막엔 그렇게 모질게 하고 갔대?"


쩝... 낸들아나..

사실 빙수를 먹을 때 부터 누구랑 카톡을 하는지

말 몇마디 못했던게.. 아무래도

그 카톡 때문일 확룰이 높았지만

지금 와서 뭘 어쩔수 있단 말인가...

부질없는 생각이라 난 모르겠다며 한숨을

푹 내쉴 수 밖에 없었는데,


[드르륵~]


한숨소리와 동시에 또 다시 병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려왔다.

안봐도 건우겠거니,

필시 녀석도 이 이야기를 궁금해 하며

물어볼거라 생각되 신경질이 터져 나왔다.

빌어먹을 새끼는 어디로

도망가 있다가 이제 들어와서는

또 이야기를 하게 만드나?

열이 뻗힌 채로 눈알을 굴려 병실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어?

그곳에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이

울상을 한 다운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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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후문에 위치한 조그마한 정자의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건우는 한 여자가 시선에 보이자 놀란 나머지 담배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녀는 다름 아닌 다운이었다.

다운이 이곳에 온 이유야 뻔했기에 이를 악문 건우는 몸을 일으켜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걷기 시작했고 이내 손만 뻗어도 다일 정도로 가까이 마주하게 된 둘이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했다.

분명 건우가 다운을 본 것은 해운대에서 봤던 그것이 처음일테고, 어두웠던 탓에 넘어져 있는 건우를 보지 못했음이 분명한 다운이었지만 둘은 스스럼 없이 시선을 마주한 채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봤다.


"맞네… 정아영… 아영이 누나…"


건우의 입에서 쌩뚱맞게 '정다운'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튀어나왔지만, 다운은 그것을 부정하지 않은 채 슬픈 눈빛을 하곤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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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가 드디어 끝나부렸으야...
다음부터.. 조금 가벼운 느낌의 2부가 시작됨둥...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