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npdXf





























이야기를 마치고 버스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다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난 부들부들 떨리는 두다리를

지탱하지 못하고 의자에 털썩, 몸을 기대었다.

갑자기 왜 저토록 급격한 심경이 변해 내게 이리

지독한 말을 내뱉고 가버린걸까?

연유도 알지 못한채 울상이 되어있으니,

주변의 사람들이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수근대기 시작했다.

말 다툼을 하더니 여자가 홀로 버스를 타고선

가버리고, 남자늘 홀로 남아 울상을 지어보이니,

뭐라 생각할지는 뻔했던 탓에

난 서둘러 터미널을 나섰지만,

이 기분으로는 그 어디에도 가기가 싫었던 탓에

어느 정도 걷다, 나를 의식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안보일 때 즈음 걸음을 멈춰 담배 한대를 꺼내 불을

붙혔다.


[ 차라리 외로울 때 가끔 만나서 잠이나 자자.
돈 주고 하는건 아까우니까 공짜로 하고싶다.
그러지 그랬어... 그럼 허락해 줄수도 있었는데!! ]


답답함에 담배연기만 쉴 새 없이 내뿜고 있으니

다운이 터미널에서 했던 말들이 고스란히

머리속을 파고 들었다.

딱히 내가 잘못 했다거나 오해를 살만한 행동은

하지 않은것 같은데…


[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사귀자고? 잘해주겠다고? 미친…
난 지금 부산 도착하면 바로 일해야되,
아… 아아… 내가.. 괜히왔어.. 미안해, 잘있어.. ]


무엇 때문에 화를 내며 돌아섰는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다만 확실한 것은 이제

그녀를 두번다시 볼 수 없을거란 사실이었다.

사실 매몰차게 거절 당한것 보다 더 마음이 아픈

이유도 그것이었고 말이다.

난 도저히 맨 정신으론 버티고 있기가 힘들어

편의점에서 소주와 이것저것 안주거리를 산 후 어제
다운과 함께 갔던 모텔을 향해 다시 발길을 돌렸다.
















한치앞도 분간하기 힘든 짙은 어둠속에 한 여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온갖 욕을 먹고 있었다.

난 자칭 '불의를 못참는 정의의 사나이'로써 싸움을

말리고자 서둘러 어둠속을 헤치고 달려가니,

놀랍게도 욕을 먹고 있는 사람은 다운이었고,

욕을 하고 있는 사람이들도 모두 어디선가

본듯한 사람들 이었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도 없는 황당한 장면에

넋이 나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상황을 방관하며 지켜보고 서 있으니

사람들의 욕설은 점차 그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술집에서 다운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던 남자가..
"뭐야. 창녀였어? 그럼 전화번호가 아니고 얼마에 한번 주느냐.. 물어봤어야 했네. 하하하하"

커피를 마시던 카페의 아르바이트 생이..
"저렇게 생겨먹고 창녀짓 할바에, 내가 더 행복하네!! 적어도 더럽진 않잖아??"

눈높이 아래에 있었던 탓에 있었는지도 몰랐던 반장의 아들.. 혁주가…
"이모.. 더러워, 저런 손으로 날 만졌어?!"

그리고 영준이와 건우가.. 나를 보며 말했다.
"야! 나 오늘 해운대 갈건데! 니 여자친구랑 해도 되냐? 7만원 이였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두 손으로 귀를 막은채

울고있는 다운의 모습에 정신을 차린

나는 큰소리로 고함을 내지르며

그녀를 향해 내달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개새끼들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2014년 11월 17일 월요일










"닥… 쳐!!.. 엌.…"


급격히 밀려오는 목의 통증 때문에 무슨 말을

하려했던 건지도 까먹은채 팬티 차림의 알몸을

일으키니 우웩!! 헛구역질 부터 올라왔다.

혼자서 얼마나 처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침대 아래 바닥에서 속이 텅텅 빈 채 뒹굴고 있는

소주병들을 보니 확실히

내가 제 정신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대체 내가 언제 저렇게 처먹었지?

누가 와서 같이 먹어준건 아닐텐데.. 하하..

모텔에서 차가운 시신이 되어 발견되지 않은걸

다행이라 여기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나는 고통을 호소하며 재차 감기길 기원하던

눈꺼풀에 잔뜩 힘을 주고선 병들을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캬아?!

빈병이 다섯병, 아직 까지 않은 병이 3병이었다.

사내녀석이 주량이 그게 뭐냐며 놀리던 그놈들이

이걸 봤어야 했는데.. 하하하….

다소 엉뚱한 생각을 떠올리며 지끈거리는 두통

때문에 관자놀이를 꾸욱꾸욱 누르기 시작했는데,

그 덕분인지 문득 오늘이 월요일 이라는게

서서히 떠올랐다.

아, 맞어. 오늘 출근해야…


"으허헉!!?"


미친!! 경악하며 침대 옆 탁상에서 휴대폰을 집어든

나는 시간을 확인한 후 정신이 아득해졌다.

망해도 아주 망했다….

9시 10분 이라 적혀있는 휴대폰을 다시 한번 눈을

비빈 뒤 재차 확인한 나는 서둘러 이곳저곳에

쓸쓸히 버려져있는 옷가지들을 대충 걸친 후

황급히 방 밖으로 나섰다.


빌어먹을.. 젠장.. 망할…

영준의 오토바이를 타고 전속력으로 숙소로

향한 나는 역시나, 녀석이 깨끗히 빨아놓은

작업복으로 다시 대충 챙겨 입은 후 조선소로

향하기 시작했지만 재수없게도 속력이 붙을법 하면

빨간신호에 계속 걸리는데다,

이미 지각이 확정 되었으니..

반도 못간채 그냥 마음을 비어버리고 말았다.

다운이 기껏 따놓은 점수를 이대로 까먹는구나,

참 나도 더럽게 한심한 놈이다 싶어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에휴... 그녀는 잘 도착했을까?

또 빨간신호에 오토바이를 세우니 별안간 다운이

생각 나기 시작했다. 더러운 꿈도 함께 말이다.

다운과 함께 스쳐갔던 그들이 실제로 그런말을

한것도 아닌데..

그런 꿈을 꾸었다는건,

아무래도 내가 무의식 중에 했던 생각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다운과 반장의 집에 갔을 때 잠깐,

그녀의 직업을 알게되면 반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무서웠던게…

하아,

정작 더러운건 나였다.

그녀가 내 마음을 받아들였다 한들,

결단코 우리 둘 사이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될 것이란걸

그녀는 알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직업 따위는

상관않고 만날 수 있을거란 얕은 생각이 몹시

부끄럽고 슬펐던 탓에 난 고개를 푸욱.. 숙이고 선

차오르는 눈물들을 이기지 못한채 조용히 흐느꼈다.



[빵! 빵!]




하지만 이런 나의 사정들을

자신은 알바가 아니라는 듯…

뒷차가, 뒷뒷차가, 뒷뒷뒷차가, 매섭게 클락션을

울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한국놈들.. 급하긴 더럽게 급해요…

초록불이 되기 무섭게 클락션 부터 눌러대기

바쁘니..

난 눈가의 물기를 소매로 스윽 닦은 후,

서둘러 기어를 올려 악셀을 당겼고,

오토바이는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또 다시 바람을 가르기 시작했는데



어?




어어?





어어어?






웬 개씨방새 승용차 한대가 신호도 무시한 채 내

옆구리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씨발……. 하하…
재수도 참 더럽게 없…
































[꽈앙!!!]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제,



→[빚은 다른 일을 해서라도 갚으면 되지. 그만두고 싶어.. 얘랑 같이 있고 싶어]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말고 꿈도 꾸지마. 그렇게 마음이 가는 사람이거든, 좋은 사람이거든.. 놔 줘. 그냥 알바 같은거 해서 3천 갚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 이자는 생각도 안해?]



눈물을 꾹 참고 있기에
눈이 씨뻘겋게 달아 올랐다.
현실같지 않던,
잠깐 동안의 행복 때문에
잠시 정신이 나간 모양 이다.

자신과 같은 여자는…
사랑 할 자격도,
사랑 받을 자격도 없었다.
이 더러운 몸뚱아리로,
누굴 넘본단 말인가.
그저, 또 다시 찾아온 이 아이에게
자신이 처음 이였음에 감사하며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과분하리라.

비록 그는 옛날 처럼…
자신을 곧 잊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지라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운은 알았다며 신경질 적으로
타이핑을 마치고 강현에게 매몰차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차갑게,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