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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에 다운과 마주보고 앉아 있으니

이 모든게 꿈만 같아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비록 이틀에 불과 했지만

그녀와 함께 하고 있는 이 시간들이 꿈은 아닐까,

몇번씩이나 볼을 꼬집어 봤지만 지금은 엄연히

현실이었다.

행복했다.

여태 행복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모르고 살아왔다.

운동도 때려치운 후엔

그저 입에 풀칠 이라도 할 생각으로

거제에 내려와 고된 막노동을 하고 살았다.

삶의 의미를 모든 잃은 상태에서 그녀는 나에게

많은 꿈을 꿀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었다.

그녀의 직업이 어떻든 감당할 수 있을것 같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올 수록 난 조급해졌다.

꼭 그녀를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저.. 다운아?"


꼴에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걸자 그녀도 내가

어떤말을 할지 내심 알아챘는지 웃음을 지우고

물었다.


"응… 왜?"

"나.. 난 진짜 네가 좋아… 나랑 사귀지 않을래?"


말이 끝나자 다운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쓰디쓴 아메리키노를 마시고 있다지만

분명 그것 때문은 아닐터였다.

그럼 저 표정이 무얼 뜻하는 걸까..

그리고 그녀의 대답은 과연?

잠깐 동안의 침묵에 입술이 바싹 타올라왔다.

난 간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생각을 마친 다운은 얼굴이 안보이게 고개를 숙여

천천히 가로저었고 난

울컥.. 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알아.. 그.. 내가 아무 능력도 없고… 돈도없고. 그.. 잘생긴것도 아니고.. 내가 진짜 잘해줄 수 있는…"

"아냐.. 네가 싫다는게 아니고… 대답.. 나중에 해도 될까?"


내 말을 끊고 서둘러 말하는 다운의 모습에 다시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다.

싫다는게 아니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난 반쯤 남은 라떼를 후루룩 마시고선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지금 시간은 2시 40분...

5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으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기에,

연인과 할 수 있는건 다 그녀와 처음 하고 싶었다.


'보자, 여자랑 영화본적도 없고… DVD방도 안가봤… 아냐… 오해할수도 있어.. 이건좀 아닌것 같고... 음… 노래…?'


"노래방 갈래?"


더럽게（?） 뜬금없는 내 물음에

고개를 든 다운의 표정도 조금 풀어지더니

다시금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덕분에 내가 싫은 탓에 대답을 미룬게 아니라는

생각에, 나도 슬그머니 기분이 좋아졌다.


"너 노래 잘불러? 음… 가자! 노래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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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 길위에 혼자뿐이라도
얼어붙은 세상이 등 돌린다 해도
그대~ 그대~ 오! 그대~
난 항상 그대에게 있어요.

그대 깊은 숲속 말하지 못한 아픔도
어느 누구 하나 헤아려 주지 못해도
끝내 홀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그대 그대에에~

잔인한 그 한마디 그대를 찌르고
어리석은 마음이 또 그대 속여도
그대~ 그대~ 오 그대~
난 항상 그대에게 있어요.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 없어도
잊지마요..
내가 늘 곁에 있음을… "




한껏 분위기를 잡은 채 그녀를 향해 불렀던

나의 노래가 끝났고, 이에 마이크를 내려놓자.


쿨럭..


무엇인가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다운과 함께 있으니

휴지통에 그대로 퉤! 하고 내뱉을 수는 없는 탓에

탁자위에 놓여진 티슈를 몇장 빼서 고개를 돌려

조심스레 뱉어내니,

어머나? 시뻘건 핏물이었다.

미친... 나 득음한건가?


임재범 고해,

노을 청혼,

김동률 취중진담,

애쉬그레이 결혼,

포맨 청혼하는거에요,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

거기에 스윗소로우의 그대에게 하는 말 까지….

연속해서 처 불렀으니 목이 버텨줄리가 있나..

빌어먹을..

그래도 좋아 하는 사람이 생기면

불러 주고자 했던, 머리속에 있는 모든

고백노래들을 다 불렀기에 속은 시원했다.

하하…

난 모든걸 하얗게 불태웠지만

다운은 계속해서 내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노래부를 생각을 않고 있었다.


"나, 이제 부를 노래가 없다. 너도 불러봐… 네 노래 듣고 싶어…"


지금 말만 하는 대도 목구멍이 따가운게

조금만 더 불렀다간 노래는 커녕 이제

말도 못할것 같아,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싱긋~ 웃던 그녀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노래방 책자를 휘젓기 시작하더니

노래 한곡을 선곡했는데…


오오오!!


한 때 미칠듯이 들었던,

내가 아주아주아주아주…

….. 싫어하는…

소원.. 이라는 곡이었다.

노래가 시작되자 잔잔한 반주가 시작되자

다운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거라

잔뜩 들떠있던 내 마음은 차분히 가라 앉았다.

꽤나 슬픈 추억을 간직한 노래라

수백번을 넘게 들었던 탓이다.

너무도 먼 과거의 일이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지만

이내 그 생각들은 말끔히 사라지고 말았다.


"한번쯤은 내 생각처럼 되기를 바랬어
힘들었던 시간들 모두 내게서 사라지길…"


방안을 울리는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가 잔잔한

반주소리와 함께 귓속을 파고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목소리가 참 좋았던 탓에 노래도 잘 부르겠지

싶었지만, 이건 잘 불러도.. 너무 잘 불렀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마냥 감정도 애절한게..

듣는이의 심금을 강하게 울리는

청아한 음색과 조화가 잘 됐다.

더군다가 클라이막스에선

가창력을 뽐내며 고음폭발 까지!!

오오… 와… 제 점수는요....



"쉬운게 아닌걸
너를 잊고 살아가는 걸…
죽을만큼 사랑한 기억을
쉽게 지워버릴 수가 없잖아
떠나지마~ 이 세상에서~ 가까이서~
나를 지켜줘
이건 날 위한게 아냐.. 용서할게에에~
다시 내게로 돌아와줘~
그러지마 끝난게 아냐
처~음~ 처럼~ 내게 와줘
아무리 노력해도 나
사라지지 않아 한순간도 너 없이는…"







노래가 끝나고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박수를 계속해서 쳤지만

밝은 조명이 어두웠던 방안을 환희 비추자

슬픔에 젖은 듯 촉촉한 다운의 두 눈이

고스란히 보였기에 난 멈칫,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도 이 노래에 사연이 있는건가…?

짐작만 할뿐 물어보지는 못하고

결국 난 처진 분위기를 어떻게든 달래보고자

신나는 노래들을 연이어 부를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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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시간도 끝나고 시간이 애매하게 남은 탓에 빙수를 먹은 후 거제 시내를 이리저리 걷다 4시 40분이 되어서 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는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별다른 대화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척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하기에 바빳고 그녀는 누구와 그리도 오래 이야기를 하는지 카톡을 하느라 폰을 손에서 놓을줄 몰랐다.

히잉...

난 급격하게 우울해졌다.
이렇게 되면 결국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한채 보내게 될테고 그럼 언제 만날지 기약도 없을터였다. 연락처도 알고 있고, 카톡친추도 되어 있었지만 꼭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대답을 듣고 싶었던 탓에 난 이리저리 돌려대던 고개를 그녀에게 고정 시킨 뒤 입을 열려는 찰나,
신경질적으로 카톡에 타이핑을 마친 다운이 나를 휙! 하곤 쳐다보더니 지금 껏 본적 없는 화난 얼굴을 한채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