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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언제부터 정신이 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TV소리와 함께 방안을 채우는 낮은 웃음소리에

쉽사리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체 뭐라 말하며

일어나야 한단 말인가? 좀처럼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갔다.

쇼파에 누워 잔데다, 어젯밤 했던 쓸모없는

팔굽혀펴기 때문에 온몸이 쑤셨던 탓에

그냥 일어나서 인사부터 하자! 싶었던 나는

결국 이제 막 깨어나 정신이 없는척

피곤함에 절어있는 목소리로 신음을 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으하아아암~"


그러자 거리낌 없이 대뜸 말을 걸어오는 다운.


"어? 일어났어? 너 계속 전화오더라!!"

"아, 고마워"


음… 이런 상황이 낯설고 어색한 나와는 달리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싱긋 웃으며 인사를

건냈고, 나도 떨리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아무렇지 않게 옆 탁자에 놓여진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부재중전화 7통]


끄응… 영준인가? 전화를 왜 이렇게 많이 했담?

부재중전화에 수 없이 많이온 카톡메세지 수에

간만에 휴대폰이 제 일을 했구나, 하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휴대폰을 눌러 발신자가

누구인지 확인했는데.


"어? 어억!!"


전화의 메세지의 주인공이 누군지 확인한 난

옆에 있는 다운을 생각도 못한 채 육성으로

소리를 내질렀다.


[마!]
[마!]
[마!]
[잔업한다면서 말도 없이 튀곤 아직도 연락이없네]
[읽지도 않고? 갈때까지 가잔거지?]
[전화도 안받네?]
[마!]
[마!]
[그래… 내일보자]

[와 아무리 상각해도 다ㅡㅇ최 이해할수가 앖네.니가 의도적으로 나루ㄹ 맥일려는게 아니고선 이럴수가 없다. 내가 니 니 나이땐 말한마디 못하고 사수한테 벌벌 기면서 그랬는데 내가 우습제? 나도 니 안테 똑가치 해줘야 딕성이 풀락시제?? 이제 나안테 자비갇은건 바라지마라!! 너는 선을 넘어뿌써]


모든 글을 확인하고 나니 온 몸의 털이 곤두섰고

머리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가득찼다.

X 됐다.

끄응…

너무 침울한 표정을 지었던 모양인지

메세지를 확인하면서 부터 걱정스레 나를

쳐다보던 다운이 연유를 물어왔다.


"왜? 무슨일이야? 급한 연락이였어?"


미간을 찌푸린채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다운의 모습에

나는 반장이, 주말만 되면

마누라가 밖으로 나도는 탓에 홀로 애들을 돌보는데

스트레스 쌓여서 우리한테 이런다.

더군다나 어제 잔업하기로 해놓곤 도망쳤다.

별거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해줬는데

오히려 표정이 점점 심각해지는 그녀였다.


"그럼 내 탓이네?"


잉? 응? 그게 어째서…


"아냐. 너 때문이 아나라. 이 사람 쉬는 날이면 맨날 그래. "

"나 때문에 잔업도 안하고 나왔잖아. 그러니까 나 때문이지."

"아니, 그게 아니라.. 아! 어제 잔업 했었어도 오늘 이랬을거야. 그러니까.. "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혹여 기분이나 나빠할까

정신없이 말을 하고 있으니 다짜고짜

멈추라는 듯 손바닥을 내밀며 내 말을 끊은 그녀는

입을 삐쭉 내밀고 고개를 갸웃거린채

무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조금 있다

내게 조용히 물었다.


"너 그.. 반장님 집 어딘줄 알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

'쿡. 쿡'

애국가 2절을 시작하려는 찰나 과일바구니를

들고서 옆에 같이 서있던

다운이 옆구리를 찔러왔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니

고개짓으로 계속해 초인종을 가르켰다.

빨리 누르라는 뜻이렸다?

다운의 말이라면 뭐든지 듣겠다만은

초인종으로 향하던 내 왼손은 허공에 멈춰

한차례 부르르~ 떨더니 좀처럼 움직이지가 않았다.

끄응...

대체…

대체 왜 이 좋은 주말에

그녀와 이곳을 와야되는거지?

온갖 의문이 머리속을 휘저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명쾌한 해답은 내 놓지 못했다.

나는 다시 한번 그녀를 설득할 요량으로

손을 내린채 그녀를 향해 몸을 돌리니

뜨악!!

못기다리겠다는 듯 냅다 초인종을 눌러버리는

다운이였다.


ㅡ띵동!! 띵동! 띵동!

"누구세요~?"


세 번의 초인종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굵은 목소리가 문 반대편에서 흘러나왔다.

왜 저 목소리를… 일요일에도 들어야 하는건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다운을 쳐다보는데

대답을 기다리기도 힘든지 냅다 문이 열리며

반장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어? 뭐야? 니가 왠일… 응? 이쪽은?"


끄윽… 혓바닥이 굳었는지 말이 안나와

입술만 적시고 있던 나는

괜히 머뭇거렸다 그의 심기를 건들진 않을까

서둘러 대답부터 하려했는데


"아.. 이쪽은 제… "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망설여졌다.

그냥 친구인가?

여자친구인가?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그런 모습이 답답했던 모양인지

싱글생글 웃으며 먼저 인사하는 다운이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다운이라고 해요. 강현이 여자친구에요.."


허허헛!! 여자친구라니!!

다운의 소개말에 기분이 좋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지만

반장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근데 나인들 그녀의 마음을 아나?

역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는데

그 때 문 밑에서

조그마한 반장이… 고개를 내밀었다.


"음마? 음마??"


반장의 첫째아들인 혁주였다.

제 엄마인줄 알고 튀어나왔는데

낯선사람이 서 있어 놀랐던 모양인지

커다란 두 눈을 껌뻑껌뻑이며 올려다보는 모습에

다운이 꺅! 하고 작은 비명를 내뱉더니

과일바구니를 내려놓고

몸을 낮추고선 혁주를 안아올렸다.


"니가 혁주구나? 안~녕?"

"이머? 이모? 안녀엉~"


대체 뭐야.. 이건…

내 성격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대체 어쩌자는거지...

내일 이 상황에 대해 반장이 걸고 넘어지면

어떻게 말해야 되지? 진짜 일 관둬야되나?

슬며시 반장의 눈치를 보기위해 시선을 돌렸는데

어랍쇼?

혁주의 손을 붙잡은 채 이리저리 흔들며

같이 웃고있는 다운과, 바닥에 놓여진

과일바구니의 모습에

반장의 흉측한 얼굴에서 슬며시 웃음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참.. 일단 들어와~"


그리고 급기야,

문을 활짝 오픈하며 들어오라는 반장.

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축처진 채로

바구니를 집어들고 머뭇거렸지만 다운은

무척이나 기분 좋아보이는 모습을 한채

반장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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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의 집으로 앞장서란 다운의 말에 강현은 한껏 찌푸린 표정을 지은 채 쉽사리 땅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그가 반장에게 매일같이 트집 잡히고 혼나는 이유가 그의 집에 찾아가지 않았던 것과 연관이 있단 말에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반장은 분명 자신과 건우가 그저 밉고 싫었던 탓에 그만두게 할 요량으로 괴롭힌다 여겼단 것이다.

하지만
결국 끌려와서 보니 다운의 말이 맞았다.

자신은 아이들 낮잠을 재워줘야겠다며 설겆이나 하고 있으라는 다운의 말에 속으로 온갖 푸념을 늘어 놓으며 거품들을 잔뜩 묻혀 닦아 모아두었던 그릇들을 옆에 슬그머니 다가온 반장이 더럽게（?）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헹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여태껏 영준에게만 허락되었던 다정다감 하기 그지 없는 말투로 말을 걸어오며 말이다.


"아까보낸 카톡 너무 맘에 담아두지 말어~ 요즘 일이 많이 밀려서 그러는거 알잖아? 다 너희 잘되라고 하는 말이지.. 강현이 네가 싫어서 그러는게 아닌거.. 잘 알지?"


다정한 말투임에 분명했지만 강현이 그 말들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며 표정이 잔뜩 구겨지는건 어쩔수가 없는 노릇이였다. 여태껏 당해왔던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하지만 지금껏 반장의 두 아이와 놀아주고, 손수 밥도 먹여주고, 반장님 편하시라 아이들을 이끌고 안방에가 낮잠까지 재우려 하고 있는 다운의 모습을 봐서라도 다된밥에 코 빠트리는 짓은 할 수 없었기에 강현은 재빨리 표정을 바꿔 화사한 웃음으로 그의 말에 화답했다.


"다 알죠. 반장님이 하시는 말씀마다 다 피가되고 살이되고 그럽니다. 다 저희 잘되라고 하시는 말씀인거 다 아니까. 계속 조언도 해주시고 도와주십시요. 하핫핫"

"하하하!! 역시 될 녀석은 뭐가 달라도 달라. 강현이 넌 내가 봤을때 무조건 된다! 앙! 딱 나 믿고 2년만 고생하자. 돈도 모으고 이쁜 여자친구랑 결혼도 하고 해야지? 하하하"

"예!! 그때까지 잘 인도해주세요. 반장님!!"

"반장은 무슨, 나이차도 얼마 안나는데!! 하하 이제 그냥 편하게 형님이라 불러!! 짜~ 샤~"

"네?? 네! 형..님!"


어깨로 강현을 툭툭 치며 이야기 하는 반장의 모습을, 아이들을 다 재우고 나온 다운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한편 비슷한 시각.

[일 개같이 바쁜거 알면서 주말이면 따박따박 쉬어야것제? 나이 오십먹은 영감들도 나와서 일하는 마당에 젊은 것들이 빠져서는…?! 그럴거면 차라리 그만두는게 이쪽에서는 더 이득이라고 내가 몇번을 말했을텐데 일부러 나를 맥이려는게 아니고서야 이럴수는 없는거다. 진짜 일단 월요일에 두고보자]

건우는 눈을 뜨자마자 날아온 카톡메세지에 머리털이 곤두서는걸 느꼈지만 이내 대수롭지 넘겼다. 영준의 말에 의하면 강현이 잔업약속을 해놓고 뛰쳐 나갔다고 하니 자신보다 더 혼날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강현이 먼저 욕먹고 나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풀린 후에 자신의 일은 스리슬쩍 지나가리라..
강현에게 약간의 미안함을 느꼈지만 그녀와 함께 모텔로 들어갔던 녀석의 뒷모습을 슬며시 떠올리며 미안한 감정은 싸그리 지운 채 이를 악물었다.

'끄응…'

그녀를 만날거란 말만 미리 해줬어도 자신이 부산에 가 길이 엇갈려 삽질하는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더군다나 그녀가 직접 강현을 찾아왔다는 사실에 도저히 분을 참을 수 없었다.


'옛날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건우는 떠오르는 잡념들을 머리를 휘휘 내저으며 없앤 후, 강현을 어떻게 골탕 먹일까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앞으로 자신에게 다가올 어두운 미래는 상상도 하지 못한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