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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문득 당신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새거나 꿈속에서라도 한번쯤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매 순간 기억을 더듬으면 언제나 시간은 그시절 눈웃음이 아름다웠고 양볼에 볼터치나 입술에 바른 얇은 틴트막이 앳되었던 당신에게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물론 만질 수 도 목소리를 들을 길도 없으니 항상 마음 한켠에 쓰라린 마음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 라는 말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다시 돌이켜보면 사실 그다지 깨끗하지 못했고 그저 야박하고 되바라진 것들 뿐이었습니다. 늘 웃고는 있었지만 이다지도 이렇다 할 행복은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저 말 할 수 있는것이라곤 당신이 나를 안았고 내가 그대를 안았다는 것 뿐이겠지요. 만약 우리가 정말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을 했었더라면 사실 우리는 그리 오래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물론 당신의 양 손목과 팔목 내 팔 안에 자라난 나이테는 없어졌을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우리의 첫만남이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연청색 꽈배기 니트에 진청색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을 입고 있던 호리호리한 몸매의 여성, 사실 너무 간만에 기억이라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내가 다른 누군가와 당신을 착각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에 나는 너무나 떨고 있었고 당신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신은 나를 바라보며 수줍은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고 안경에 도수가 있는 것이냐고 물었었습니다.
당신과 나는 주선자의 이야기로 대화의 흐름을 맞추어 나가다가 취미 그리고 직장 이야기 서로에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했었습니다. 당신은 영화를 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싱글 게임을 좋아해서 집안에 콘솔과 게임칩이 굉장히 많다고 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나는 가진 것이라고는 그저 막 원룸을 벗어나 옮긴 방 세 칸 짜리 월세방과 집안에 나뒹굴고 있는 위스키 코냑 등 술병이 전부라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고 요리하기를 좋아한다는 말 밖에 해줄것이 없었지만 당신은 그런 나의 이야기도 눈높이에 맞춰 참 열심히 들어주었었습니다.
당신과 나는 생각보다 영화에 대한 조예는 깊지 않았지만 관심사가 비슷했습니다. 나는 마치 나의 도플갱어를 앞에 가져다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소소한 담소를 이어가던 와중에 당신은 나의 안경을 잠시 당신이 써보더니 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곤 휴대폰 패턴을 풀어 달라고 했고 패턴을 풀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당신 사진을 등록했습니다.
나는 얼굴이 빨개지고 무어라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말을 더듬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참을 당신을 바라 보고만 있었습니다. 정말 정말 너무나 설렜지만 동시에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고 겪어본 적이 없던 특수한 경우라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당신은 그런 나의 반응을 보며 입을 가리고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너무 얼떨결이라 크게 웃을 수가 없었고 그저 아이처럼 배시시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떨림은 한참을 가시지 않았고 너무나 부끄러워서 어쩔줄 몰랐습니다.
카페에서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분은 좋았지만 뭔가 자리를 빨리 벗어나 어디로나 괜찮으니 도망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톰을 만난 제리의 기분이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식은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당신은 그런 상황마저 캐치가 빨랐습니다. 당신은 차 한잔 마시는데 왜 이리 오래 걸리냐며 자리를 옮기자고 했고 그런 쿨한 당신의 모습에 나는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나를 보며 말했습니다. 바보 같은 남자는 내가 처음이라고.
감정을 사기는 쉽지만 감정을 얻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마치 서투른 연극을 하는 것 같은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라 사실 마음 졸이며 당신을 따랐습니다. 당신은 너무나 알기 어렵고 예쁜 사람이었습니다. 곁눈으로 흘겨보는 시선에서도 애욕이 흘렀습니다. 당신은 마치 여우와도 같은 여자이며 사랑이었습니다. 후에 당신이 작정하고 꼬시려고 했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내가 얼마나 당신을 생각하고 조심스럽고 얌전하게 행동했는지 모릅니다.
당신은 마치 팔색조와 같았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너무도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당신은 노래마저 잘불렀습니다. 물론 첫곡이 당신의 발랄한 성격을 너무 잘 들어내는 것 같아 나와는 너무 다른 반대속 세상 사람이구나 라는걸 깨닫게 해주었지만 말입니다. 필자가 기억하는 그녀의 첫곡은 " 자우림 밴드의 일탈 " 이었습니다. 세상에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라니..! 아 이 얼마나 자신스러운 노래말이란 말입니까.
노래방에서 혼자 신난 당신을 보며 나는 사실 그떄 스스로 생각을 했었습니다. " 카페에서 이 성격을 어떻게 억누르고 있었던 것일까.. " 마치 당신은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았습니다. 미안합니다 이제서야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당신을 보고 솔직히 조금은 큰 부담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싫었던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지나칠 정도로 미안하게 나를 배려해주었습니다. 노래를 하지 않던 나를 배려해주었고 혼자 내버려둔 나를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런 당신의 배려에 나는 더욱 당신에게 빠져들었습니다. 당신이란 생물은 어떤 생물인가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당신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잠시 뿐이었던 만남의 시간이 끝난 이후 나는 결심했습니다. 찰나의 시간을 조금 더 오래 끌고 싶다, 영원일 수는 없으나 비슷할 수는 있지 않을까, 외로움을 감내하며 행복하기보다 그냥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일까. 당신을 데려다 주는 길에 바보 같지만 굉장히 큰 용기를 내어 당신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첫눈에 반했다고 말입니다. 부끄러운 민낯을 잠시 억누르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였지만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톤이 조절이 안됐습니다. 어찌나 크게 말했는지 영화 " 써니 " 에 주인공이 락카페에서 " 당뇨 쪼까 있는디요!!!. " 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톤이 상상 이상으로 높아져 버렸습니다. 으악 당신의 표정을 당신이 봤어야 했는데. 당신은 포인트도 잘집었습니다. 당신은 내게 말했습니다.
" 대사가 너무 구려요. " 그 대사가 귀에 들어오자 두터운 쇠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순간 급한 마음이 너무 앞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했습니다. "아, 끝이구나.." 그리고 수많은 생각들이 눈 앞을 지나갔습니다. 사실 창피한 마음이 제일 컸지만 말입니다. 이제 돌아가서 그제 마시던 술이나 마저 마셔야겠다 생각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눈 앞에서 핑거 스냅이 여러번 지나갔습니다.
당신의 손이었습니다. 정신을 어디다 팔았냐며 깔깔깔 웃더니 소심한 남자인줄 알았는데 다시 봤다며 조금 구린 고백이었지만 괜찮았다며 다음에는 날더러 오라고 했습니다. 당신과 늦은 번호 교환을 하고 집으로 오는 길 입은 귀에 걸렸습니다. 너무나 설레는 마음에 뜬눈으로 다음날 동이 틀 때까지 밤을 새워버렸습니다. 그 때의 나는 그 당시의 작일까지는 명일에 해가 천장에 걸리지 않기를 바랐으나, 언제나 새로운 만남은 즐거운 법이었습니다.
당신과의 만남은 참, 그 봄날은 참 영화 같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날이 되고 나서야 깨닫는군요. 영원한 봄은 없다는 것을 요. 지난 봄날이 그리워지는 겨울입니다. 당신이 떠난 겨울과 봄사이에 그 계절을 목전에 두고 있는 나는 잠시 설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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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인생 |
좋다..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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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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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뭐래니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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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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